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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노영민 '하루' 김상조···경질 타이밍 다른 건 '신분'탓?

중앙일보 2021.03.31 17:51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논란의 중심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전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있었다. 노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이 논란이 될 때 서울 강남 반포의 아파트는 남겨둔 채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다. “비서실장까지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지키냐”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에겐 ‘반포 노영민 선생’이라는 조롱섞인 별명도 붙었다. 아파트 가격 폭등 상황에서 민심에 기름을 부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경질되지 않았다. 사표도 반려됐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에야 교체됐다. 노 전 실장은 이임사에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의 명예 퇴진은 김상조 전 실장의 불명예 퇴진과 대조된다. 김 전 실장은 전세금 인상이 논란된지 채 하루도 되기 전에 교체됐다. 부동산 논란, ‘내로남불’ 비판, 청와대 실장급 참모 등 둘은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퇴장하는 모습은 사뭇 달랐다.

 
4.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이 차이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은 “4·7 재보궐 선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노 전 실장 때는 평시(平時) 상황이었고, 김 전 실장 사태는 전시(戰時) 상황에 벌어지지 않았나”라며 “선거 앞두고 악재가 터지면 빨리 정리해야지, 그렇게 안 하면 선거에까지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 기조, 30%대로 내려앉은 문 대통령 지지율 등도 신속한 김 전 실장 경질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조원·김종호·변창흠·김상조의 공통점은?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상황의 차이가 아닌 출신의 차이를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노 전 실장은 3선 국회의원의 정치인 출신이다. 김 전 실장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교수 출신으로 비(非) 정치인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인사들은 경질하기 힘들다. 정치인에겐 일단 대통령 선거 때 빚이 있기도 하고, 경질하면 동료에서 정적(政敵)이 될 수 있는데 경질하겠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최근 청와대 참모와 내각 교체 인사를 보면 이런 분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검찰개혁 과정의 잡음 때문에 사실상 경질된 김종호 전 민정수석, LH 사태 책임으로 사의가 즉각 수용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각각 관료와 교수 출신이다. 지난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놔 구설에 올랐다가 사표가 수리된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관료 출신이다. 당시 같이 사표를 낸 노 전 실장은 반려됐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명 철회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교수 출신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반면 문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 인사들은 경질로 보이지 않도록 퇴로를 만들어준 채 교체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으로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교체론이 비등했지만 문 대통령은 내내 침묵했다. 추 전 장관의 ‘성과’라고 할 만한 윤 전 총장의 징계 2개월 결정이 난 뒤에야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사의를 표했다고 발표했다. 집값 폭등의 책임이 있다고 평가받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경질되지 않았다.
 

"친문 장관보다 변창흠 교체가 쉬워"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현 정부에 가진 지분(持分) 차이”이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고, “친문(親文) 여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국 현 정부 출범에 공이 있느냐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LH 사태 직후 정부 핵심 관계자는 ‘경질성 인사를 싫어하는 문 대통령이 변창흠 장관을 교체하겠나’라는 질문에 대해 “다른 정치인 출신, 특히 친문 출신 장관 교체보다 변 장관 교체가 더 쉬울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 지분이 없다는 뜻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 정치인 출신 중 문 대통령이 끝까지 경질하지 않았던 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하지만 그는 총선 당시 부산 지역구 출마를 요청받고,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돼 사실상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2012년 대선에선 문 대통령을 지지했고, 2017년 대선에선 함께 유세를 펼치며 문재인 정부 출범을 도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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