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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다진 경기, 본격 살아나나…"양극화된 K자형 회복 우려"

중앙일보 2021.03.31 17:13
숫자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낸 상처가 점점 아물고 있다. 산업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통계청은 “경기가 지난달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각종 경제 심리 지표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풀기는 이르다. 회복 양상은 일부 업종에 몰려 불균형이 심각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2.1% 늘며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全) 산업 생산지수는 111.6으로 2000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았다.
 

반도체 호황,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한 덕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생산 지표의 개선은 호황을 이어온 광공업과 반등에 성공한 서비스업이 이끌었다. 광공업 분야는 특히 D램ㆍ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전월 대비 7.2%)와 화학제품(7.9%)을 중심으로 4.3% 증가했다. 제조업체가 생산설비를 얼마나 돌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한 달 새 4.2%포인트 오른 77.4%를 기록했다. 2014년 7월(77.7%) 이후 6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1.1% 늘어 지난 연말ㆍ연초 이어진 감소 흐름을 끊었다. 지난달 영업제한ㆍ집합금지를 완화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지면서 숙박ㆍ음식점 분야 생산이 20.4% 급증한 영향이다. 수출입과 화물ㆍ여객 운송이 활발해지며 4.9% 증가한 운수ㆍ창고 분야도 힘을 보탰다.
 

기업 심리 10년 만에 최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차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124.7(2015년=100)을 기록했다. 9개월째 상승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금융지표와 실물지표의 괴리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선행지수의 연속 상승을 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업경기실사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3으로 2011년 7월(87) 이후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SI는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체감하는 기업이 많고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수출이 잘 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된 덕분에 기업의 체감경기가 좋아졌다”며 “기온도 올라가면서 시민들의 활동이 많아져 내수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간 소비도 점점 집 밖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소매판매액지수가 0.8% 감소한 것은 외식이 늘면서 집 안에서 소비하는 음식료품(-3.7%)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백화점(33.5%)ㆍ대형마트(12.9%)ㆍ면세점(4.3%) 등의 매출이 증가하고 카드 국내승인액(8.6%)도 증가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지갑을 열지 못했던 가계의 ‘보상 소비’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 심리ㆍ금융 부문에서 시작된 희망의 불씨가 점차 실물ㆍ고용 부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경제가 우상향의 오르막길을 순탄히 올라 조속히 정상성장궤도에 안착하고, 실물ㆍ고용부문에도 희망, 온기, 자신감이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극화된 K자형 경기회복’ 우려

지표는 회복을 가리키고 있지만, 아직 낙관할 때는 아니다. 수출 호황을 맞은 일부 업종이 회복을 견인하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부문별·업종별로 회복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실제 이날 한은의 2월 무역지수를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는데, 컴퓨터ㆍ전자 및 광학기기(6.1%), 운송장비(26.2%) 등 일부 품목이 주도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한 데다,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 사정이 여전히 '한겨울'인 점도 경기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긴 하나 아직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수출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만 활황을 보이는 등 불균형이 뚜렷하다”며 “여기에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양극화까지 심해져 제대로 된 경기 회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완성’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와 백신 접종 속도의 둔화 가능성을 꼽은 바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역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제조업은 반등하고 대면서비스업의 침체는 이어지는 K자형 회복이 예상된다"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의 자산시장 쏠림, 부채 급증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 등 정부는 앞으로 회복 국면에서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윤상언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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