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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해충돌방지법 공문 보낸 권익위···野 "박영선 돕나"

중앙일보 2021.03.31 15:5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가 최근 각 시·도에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문에 동참하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권익위는 17개 시·도 청렴사회민관협의회에 “시·도 청렴사회민관협의회가 공동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과 후속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청렴사회민관협의회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소속 시·군·구청장 등 공공 부문과 상공회의소와 경영자총협회,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민관 합동 기구다. 청렴문화 확산과 부패방지를 위해 지역 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조직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문이 미묘한 시점에 내려왔다는 점이다.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해충돌방지법을 4·7 재·보궐선거 투표일 전에 신속히 처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으로 나빠진 여론을 반전시키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실제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최근 유세장에서 “8년 전 (김영란법 처리 때) 통과됐다면 이번 LH 사태를 예방하거나 적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야당이 멈칫 하는데, 며칠 안에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지난 30일 밤 TV 토론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 법안소위 위원장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낙연 “야당이 멈칫”-박영선 “야당이 반대”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국민의힘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여당 소위 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질의도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영선 후보와 여당은 선거에 악재가 되는 LH 사태를 물타기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선거 전에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빨리 통과시키는 건 동감하지만 박영선 후보의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법이 만들어져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익위가 시·도 청렴사회민관협의회에 '결의문 동참' 공문을 내려보낸 걸 국민의힘 입장에선 일종의 “정치 행위”로 보고 있다. 윤두현 의원은 “권익위가 애초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었으면 진작에 법안이 통과됐을 것”이라며 “법안에 문제가 많아 국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권익위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정치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영선 선거 도우려 법 빨리 만들어야 하나”

 
권익위가 각 시·도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주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권익위가 형식적으로는 결의문 채택 ‘제안’을 했지만 담당 공무원들 입장에선 혹시라도 청렴도 평가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가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익위가 왜 이런 공문을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중앙정부 차원의 청렴사회민관협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 후속조치 차원에서 각 시·도의 협의회에서도 결의안을 채택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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