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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카드사만 알고 소비자는 모르는 할인 혜택의 비밀

중앙일보 2021.03.31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5) 

쇼핑에 관련된 글을 쓰지만, 집에서는 사실 귀가 팔랑이는 위험한 남편이다. 정수기를 바꿀 때가 되었을 무렵, 인터넷에서 눈에 띄는 광고를 보았다. ‘지금 신청하면 선착순 오백 명 정수기가 한 달에 3천 원대!’ 옳다구나, 바로 해당 페이지를 아내에게 보냈다. 오늘따라 아내의 확인이 늦어지자 마음이 급해진다. 해당 페이지에는 벌써 신청자가 사백 명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이러다가 선착순에 못 들어 할인 찬스를 놓칠까 봐 걱정이 앞선다.
 
마침내 보냈던 메시지에 ‘1’이 사라지고 아내의 답이 도착했다. “이거 제휴된 신용카드를 만들어 할인을 받아야 3천 원인데?” 나는 바로 답했다. “그러면 만들면 되겠네!” 이렇게 만든 카드만 벌써 몇 개인지 모른다. 나는 왜 늘 당하고 후회하고 또 같은 수법에 걸려드는 것인가? 아내가 확인해 보니 심지어 내가 보낸 페이지의 신청자 수는 계속 470명에 멈춰있고, 할인된 가격도 다른 사이트와 동일한 가격이었다.
 
현대사회는 복잡하다고 하지만, 정말이지 할인까지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있을까? 신용카드 할인과 휴대전화 요금할인은 내 돈 아껴주는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아직 정확하게 어떻게 할인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 매장이나 가전용품 판매장, 렌털 서비스와 인터넷 설치 상담해주는 곳에서 스마트 패드를 두드리며 할인 내역을 설명하는 직원 앞의 내 모습은, 마치 의사 앞에서 어려운 의학 용어를 알아듣는 척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 실적에 따른 할인에 혹해 신용카드를 만들어본 경험이 많다. [사진 unsplash]

신용카드 실적에 따른 할인에 혹해 신용카드를 만들어본 경험이 많다. [사진 unsplash]

 
얼마 전 이사 올 때 인터넷 요금을 할인받기 위해 만들었던 신용카드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사용하면 인터넷과 케이블TV 요금이 할인된다고 안내받고 인터넷을 통해 신청했다. 아파트 관리비와 휴대전화 요금 등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자동결제하니 얼추 요건이 채워져 당연히 혜택을 받고 있겠거니 하고 있었다. 우연히 사용 내역에 들어가 보니 몇 달 전부터 할인을 못 받고 있던 것이 아닌가! ‘인류가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에도 카드사가 이런 실수를 하는구나’ 하며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그러나 고객센터에서 들었던 말은 놀라웠다.
 
총금액은 30만 원이 넘지만, 그중에 공과금은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을 채우지 못해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하니 앱을 통해 가입하실 때 분명 고지가 되어 있다는 말뿐이었다. 순간 멍해지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 순간 백화점에서 화를 내는 고객에게 시달릴 때마다 ‘대체 왜 이런 작은 일로 화를 내지?’ 하며 혀를 차던 것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객센터에 불만 글을 남겼다.
 
공과금이 제외된다는 내용은 따로 약관 확인 버튼을 눌러 확인해야 하는데, 대체 누가 그걸 세세히 보고 카드 가입을 하는지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화내봐야 나만 손해일 뿐이다. 대기업을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싸울 용기조차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기업을 쓰지 않는 것뿐이다. ‘OO 카드를 잘라버리고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라고 호기롭게 이야기했지만, 나중에 좋은 혜택이 나오면 다시 쓰게 될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고객이 왕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 거짓말인 거 같다. 자본주의의 왕은 재벌이나, 대기업인 것 같다. 나 같은 월급쟁이는 그들의 고객이지만, 자본주의의 백성 정도인 것 같다. 애초에 스마트한 쇼핑을 하겠다며 이리저리 혜택을 비교하고 머리 써도 결국 돈 버는 건 대기업이다. 이런 현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약관 확인도 잘하고 본인의 권리를 놓치지 않게 확인하는 것뿐이다.
 
컴플레인은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시스템에 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 shutterstock]

컴플레인은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시스템에 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 shutterstock]

 
덧붙여 고객센터와 통화하며 화가 났지만 그 화를 상담원에게 내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 사실 상대방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화를 내게 되면 결국 자본주의의 약자끼리 상처를 주게 되는 꼴이다. 혹여나 고객센터와 통화하다가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일단 전화를 끊고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리고 글로 풀어 온라인 고객센터에 올려라, 품위도 지킬 수 있고 솔직히 그 방법이 더 해결이 빠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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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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