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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술판에 또 고개숙인 스가…내부서도 "무슨짓이냐" 분노

중앙일보 2021.03.31 12:51

"솔직히 말해 '대체 (후생성 공무원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후생노동성(후생성) 직원 수십명이 심야에 대규모 회식을 한 사실과 관련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공무원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부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감정을 표출한 셈. 그만큼 이번 사건에 쏟아질 비난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주무 부서 후생성 공무원들 대규모 회식
심야영업하는 식당 예약해 자정까지 술판 벌여
지도층의 연이은 회식 논란…국민들 "피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주무부서인 일본 후생성 직원들이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심야 술판을 벌인 사건의 여파가 커지고 있다. 3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성 노인보건과 직원 23명이 도쿄 긴자의 한 음식점에서 회식을 한 것은 지난 24일이다. 도쿄에 내려졌던 긴급사태 선언은 22일부로 해제됐지만,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해 음식점에는 오후 9시까지 영업, 시민들에게는 5인 이상 회식 자제를 요청한 상태였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와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이 30일 회견을 열어 후생노동성 직원들의 심야 단체 회식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일본 총리와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이 30일 회견을 열어 후생노동성 직원들의 심야 단체 회식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후생성 직원들은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을 일부러 찾아내 직원 송별회를 예약했다. 여러 직원이 오가는 가운데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긴 시간 술자리가 이어졌다. 식당에는 칸막이 등도 없었고, 참석자 대부분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지난해 연말에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포함해 여당 주요 정치인들이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회식을 해 논란을 일으켰고, 이어 자민당 정치인이 심야에 유흥주점을 이용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 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고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다. 이 가운데 후생성 공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회식 소동이 또 불거지면서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스가 정부 지지율에도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벚꽃을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벚꽃을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건의 심각성에 여당 내에서도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민당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참의원 간사장은 30일 "뉴스를 듣고 분노에 떨었다. (정부에) 단호한 처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회견에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정부에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스가 총리는 30일 "매우 죄송한 일"이라며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회식 참가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회식을 주관한 마나베 가오루(眞鍋馨) 후생성 노인보건과장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리고 인사이동을 통해 사실상 경질하는 등 총 22명을 징계했다.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도 "국민 여러분의 믿음을 배신하는 꼴이 됐다"며 2개월간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일본 내에선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도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를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터 등에는 "언제까지 실망을 반복해야 하나. 이제 피곤하다"등의 탄식이 이어진다. 마이니치 신문은 31일 사설에서 "코로나19 대책을 담당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현저하게 자각이 결여된 행동"이라며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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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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