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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면 더 세질까…주식 액면분할 작년의 2배

중앙일보 2021.03.31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카카오 액면 분할

카카오 액면 분할

카카오는 지난 29일 주식 쪼개기(액면분할)를 통해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다. 30일 종가(49만3500원)를 유지한다면 카카오 주가는 분할 상장 예정일인 다음 달 15일부터 9만원대로 낮아진다. 49만원과 9만원. 투자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카카오·현대중지주 등 14곳 공시
카카오 49만원 1주→9만원 5주로
몸값 낮춰 주가 상승 불씨 기대
분할 한달 뒤 오른 종목 34% 그쳐
단기 호재보다 기업가치 따져야

올해 들어 카카오처럼 액면분할에 나서는 상장사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 카인드에 따르면 연초 액면분할을 공시한 상장사(코스피·코스닥 기업)는 이달 29일 기준 카카오와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석유공업, 삼일제약 등 14곳이다. 지난해(7곳)보다 배로 늘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상장사의 액면분할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학개미가 주가가 치솟은 우량주 중심으로 액면분할을 요구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액면분할은 회사 설립 당시의 주식 가격(액면가)을 일정한 비율로 쪼개 몸값을 낮추는 것이다. 카카오의 경우 액면가액 5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49만원대에 거래되는 주가는 9만원대로 떨어진다. 총 발행 주식 수(4억4352만3100주)도 기존(8870만4620주)보다 5배로 불어난다. 시가총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통 물량이 늘면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비싸게 여겨졌던 주식이 싸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투자의 문턱이 확 낮아지는 셈이다.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지만 액면분할을 주가 상승을 이끌 ‘불씨(호재)’로 단정하긴 어렵다. 액면분할로 바뀌는 건 액면가와 발행 주식 수일 뿐 주가를 움직이는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액면분할 한 기업 71곳 중 한 달 뒤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24곳(34%)이다. 반면 주가가 보합을 나타낸 기업 한곳을 제외한 나머지(46곳)는 같은 기간 주가가 하락했다. 46곳의 주가는 액면분할 첫날보다 평균 9% 내렸다.  
 
여기에는 삼성전자(-1.5%)와 네이버(-19%)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추면서 5만원대 ‘국민주’가 됐다.  
 
액면분할 한달 후 주가 오른 기업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액면분할 한달 후 주가 오른 기업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몸집이 가벼워지고 물량이 늘면서 투자자가 몰려 곧바로 주가에 날개를 달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2년 넘게 4만~5만원대에 갇혔다. 이 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탄 건 지난해 6월 이후 동학개미 열기와 반도체 업황 호조가 맞물리면서다. 이달 30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종가기준)는 8만2200원이다. 2018년 10월 액면분할 당시 14만2000원이던 네이버 주가도 한참이 지난 지난해 5월 20만원을 돌파했고, 최근엔 37만~40만원에 거래된다.  
 
액면분할 종목에 대해 단기 호재가 아닌 ‘기업가치’를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액면분할은 주가 상승의 기회보다 우량주에 투자할 기회(접근성)가 많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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