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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한국인의 커피사랑

중앙일보 2021.03.31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백화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단연 카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원조인 블루보틀을 비롯해 테일러커피·카멜커피·미켈레커피 등 지역별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지난 25일, 평일 오후임에도 5층에 위치한 블루보틀 카페는 대기번호가 130번이 넘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대기를 걸어놓고 3시간째 백화점에 머물고 있다는 한 여성은 “(코로나로) 가뜩이나 하고 싶은 걸 못하는데 카페도 못 가나 싶어 오기가 생겨서라도 마시고 가겠다”고 했다.
  

카페 시장 5조4000억, 미·중 다음
코로나 거리두기로 매장 직격탄
스타벅스도 이익 11년만에 감소
‘홈커피’‘배달커피’는 매출 급증

유명 카페 열풍은 ‘착시현상’?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커피전문점(카페) 시장은 약 5조4000억원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고, 국민 한 명이 카페에서 쓰는 돈도 연평균 약 10만4000원으로 세계 3위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기류에 변화를 가져왔을까.
 
“코로나로 커피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어요. 일부 인기 카페들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만 보면 안 돼요. 그거는 착시현상이라고요. 임대료 부담에 폐업하는 카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한 커피업계 종사자의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카페들은 매장 내 시식금지, 1시간 이내 이용 권장, 4인 이상 이용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제재의 타깃이 됐다.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조차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1% 줄어 11년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정도다.
 
연일 장사진을 이루는 카페 열풍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소셜미디어(SNS)를 방문하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동조현상과 함께 코로나로 지친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커피는 큰 비용 부담 없이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심비(가격대비 만족)’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대표적인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카페는 매장별로 양극화가 심해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커피 문화는 한층 적극적으로 변했다. 대표적인 게 홈카페 바람이다.
 
직장인 김연주(39·서울 혜화동)씨는 최근 이탈리아 브랜드인 ‘드롱기’ 커피머신을 샀다. 커피 원두를 넣으면 자동으로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카페라테 등을 만들어 주는 전자동 제품이다. 김 씨는 “평소 카페투어가 유일한 취미였는데 코로나 이후 제약이 많아져 삶의 질이 떨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며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지만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개인용 커피머신도 점점 고급화하고 있다. 코로나 전엔 원두를 갈아 필터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내리는 ‘커피메이커’나 물과 캡슐커피를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캡슐 커피머신’이 일반적이었다. 가격은 10만~30만원대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엔 원두를 갈아 필터에 담아 잘 다져 넣고 추출하는 ‘반자동 커피머신’이나 원두와 물, 우유를 넣으면 종류별로 커피가 나오는 ‘전자동 커피머신’을 들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브레빌(호주)’ ‘유라(스위스)’ ‘밀레(독일)’등 수백만원이 넘는 제품이 즐비하다. 필립스의 경우 지난해 6~12월 커피머신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88.6% 증가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가 키운 ‘개인’ 커피 주도권
 
사람들은 배달로라도 커피를 마시려고 했다. 전국 2100여점에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이디야커피를 살펴보니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배달 매출이 전달보다 57% 증가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주문은 하루 중 11~14시, 17~20시에 집중되고 있다. 점심·저녁 식사시간 전후 매장을 이용하던 기존 고객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오는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1 서울카페쇼’를 준비 중인 엑스포럼의 오윤정 이사는 “그동안 한국은 카페에서 소비되는 커피 문화가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 이후 개인이나 가정을 중심으로 커피를 즐기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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