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병상의 코멘터리] 가스라이팅? 미국 아니라 북한 짓이다

중앙일보 2021.03.30 20:41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김여정이 문재인 향해 '미국산 앵무새' 막말..이게 북한식 가스라이팅
국립외교원장 '한미동맹이 미국의 가스라이팅'주장..자학적 사실왜곡

 
1.북한 김정은 동생 김여정(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또 험한 말을 뱉었습니다. 30일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불렀습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강도적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이 북한의 25일 탄도미사일 발사를‘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탄도미사일은 UN안보리결의를 위반하는 도발이기에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합니다.문재인이 매우 완곡하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은 사정없이 내뱉습니다.
 
2.북한의 이런 행태를 ‘가스라이팅(Gas Lighting)’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한반도전문가 진 리(윌슨센터 공공정책센터장)가 작년 6월 9일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날은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삼아 남북통신선을 전면차단한 날입니다.)
‘북한이 남한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에 심리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이기에 북한이 남한을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3.자존심 상하지만 뜨끔한 표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44년 영화 ‘가스등(원제 Gas Lighting)으로 알려진 표현입니다. 남편이 재산을 뺏기위해 아내를 심리적으로 조정해 무력화시키는 과정이‘가스라이팅’입니다.  
남편이 가스등 조명을 조금씩 낮추면서 아내가 ‘왜 자꾸 어두워지냐’고 하면 ‘당신의 착각’이라며 아내를 심신미약자로 몰아갑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아내는 자신이 심신미약상태임을 받아들이게 되고, 나중엔 남편이 시키는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4.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은 이후 다양한 정치사회적 병리현상을 꼬집는 비유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남녀관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약자가 당합니다. 주로 남친이 여친을 심신미약자로 몰아가 자신에 의존하게 만든 다음 성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착취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완전 범죄죠.
 
5.가스라이팅이란 이렇게 나쁜 것입니다. 한 인간이 분명한 악의를 가지고 다른 인간의 주체성을 완전히 허물어버리는 심리적 폭력입니다.
그런 행위를 남북관계에 비유했으니..당하는 남한 입장에선 굴욕적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표현에 찔리는 것은 남한이 보여온 저자세 때문입니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매달리는 모습이 거의 가스라이팅 당해 판단력을 상실한 심신무력자처럼 보입니다.  
 
6.우연히 같은 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가스라이팅’가해자로 미국을 지목했습니다. 학자출신 김준형은 30일‘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한미동맹을 설명하면서‘미국 앞에서 주권국이라면 응당 취해야할 대응을 못하는 한국의 관성은 일방적 한미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이런 동맹중독을 극복해야’하며 ‘미군철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정’이라고 했습니다.  
 
7.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건 너무 자학적입니다. 사실과 맞지도 않습니다. 한미동맹의 역사를 보면.  
-한미동맹이 시작된 것은 6ㆍ25전쟁 때문입니다. 남한이 살아남기위해 미국이란 동맹이 필요했습니다.
-한미동맹 덕분에 그동안 남한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미국에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반미 의식은 점점 더 커져왔습니다.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진보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보유와 중국의 패권정책에 따라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70년전처럼 생존을 위해.
 
8.김준형은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에 대해 ‘일부 보수학자들이 북한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한다고 주장하는데 반박하는 논리로 썼다’고 말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압도적인 강자가 약자에 행사하는 것이기에 남북관계에는 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가스라이팅하는 것 맞습니다. 그런데 NL(민족해방 주사파) 운동권에겐 북한이 압도적 우위에 있지 않나요?  
그리고 미국인이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시니컬합니다. 현정부 고위공직자가 입에 올리기엔 너무 자존심 상하는 표현 아닌가요? 주사파보다 오래된 종속이론처럼 들립니다. 
〈칼럼니스트〉
2021.03.29.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