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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처럼 ‘주식 쪼개기’ 나선 기업 벌써 14곳…주가 상승 카드되나

중앙일보 2021.03.30 17:24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기업은 14곳으로 작년 같은기간(7곳)보다 2배 늘었다. 사진 pixabay.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기업은 14곳으로 작년 같은기간(7곳)보다 2배 늘었다. 사진 pixabay.

주당 50만원 상당인 카카오 주가가 다음 달 15일부터 9만원대로 낮아진다. 올해 들어 석 달 사이 카카오처럼 주식 쪼개기(액면분할)에 나선 기업은 벌써 14곳이다. 1년 전보다 2배로 늘었다.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몸값이 오른 기업이 많아진 데다 동학개미(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액면분할 요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액면분할 공시한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 카인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9일 기준 액면분할을 공시한 상장사(코스피ㆍ코스닥 기업)는 카카오를 비롯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석유공업, 삼일제약, 펄어비스 등 1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곳)과 비교하면 배로 늘었다. 

3년간 액면분할 71곳 살펴보니
한달 뒤 주가 오른 곳 34% 불과
절반 넘는 기업 한달 뒤 9% 하락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상장기업의 액면분할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늘어난 동학개미가 주가가 치솟은 우량주 중심으로 액면분할을 요구한 영향도 있다”고 봤다.  
 
액면분할은 회사 설립 당시의 주식 가격(액면가)을 일정한 비율로 쪼개 몸값을 낮추는 것이다. 카카오의 경우 액면가액 5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48만 원대에 거래되는 주가는 9만원대로 떨어진다. 동학개미 입장에선 몸값이 비싸 투자 부담이 컸던 문턱이 확 낮아지게 된다.  
 
주식을 쪼개면서 총 발행주식수(4억4352만3100주)도 기존(8870만4620주)보다 5배로 불어난다. 시가총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통 물량이 늘면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71곳 중 34%만 한 달 뒤 주가 올라  

하지만 액면분할을 주가 상승세를 이끌 ‘불씨(호재)’로 단정하긴 어렵다. 액면분할로 바뀌는 건 액면가와 발행 주식 수일 뿐 주가를 움직이는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액면분할 한 기업 71곳 중 한 달 뒤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24곳(34%)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반면 주가가 보합을 나타낸 기업 한곳을 제외한 나머지(46곳)는 모두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46곳의 주가는 액면분할 첫날보다 평균 9% 하락했다. 여기에는 2018년 액면분할한 삼성전자(-1.5%)와 네이버(-19%)도 포함됐다. 

네이버 액면분할 한 달 뒤 19% 하락  

액면분할 한달 후 주가 오른 기업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액면분할 한달 후 주가 오른 기업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액면분할 직전까지 주당 260만원이 넘는 ‘황제주(사고파는 값이 비싼 주식)’였다.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춰 주식을 쪼개면서 5만원대 ‘국민주’가 됐다. 
 
몸집이 가벼워지고 물량이 늘면서 투자자가 몰려 곧바로 주가에 날개를 달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2년 넘게 4만~5만원대에 갇혀 있었다. 상승세를 탄 건 지난해 6월 이후 동학개미 열기와 반도체 업황 호조가 맞물리면서다. 이달 30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종가기준)는 8만2200원이다. 
 
2018년 10월 액면분할을 택한 네이버 역시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세로 접어든 것은 온라인 쇼핑 등으로 성과가 뚜렷해진 지난해다. 액면분할 당시 14만2000원이던 주가는 지난해 5월 초 20만원을 돌파하더니 두 달도 안 돼 30만원도 뚫었다. 현재는 37만6500원에 거래된다.
 
‘액면분할’이 일시적인 호재로 그칠 수 있어 ‘기업가치’를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연구위원 역시 “액면분할은 주가 상승의 기회보다 우량주에 투자할 기회(접근성)가 많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주식 쪼개기를 하는 이유도 주주를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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