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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지시에…檢, LH 손 못대고 5년 전 기획부동산 뒤진다

중앙일보 2021.03.30 16:15
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수사와 관련해 최근 5년간 기획부동산 등 과거 사건을 재검토해 필요 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LH 투기 사건은 이미 경찰 국가수사본부 주도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수 없어 직접 수사가 가능한 다른 사건 단서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대검찰청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총력 대응 방안’을 전국 43개 지검·지청에 지시했다.
 
대검의 지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29일) LH 투기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라”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7자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며 대규모 검찰 투입 계획을 밝혔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조 대행은 이 회의 직후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부동산 투기 수사와 관련해 전국 각 검찰청에 지침을 만들어 하달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조 대행은 이 회의 직후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부동산 투기 수사와 관련해 전국 각 검찰청에 지침을 만들어 하달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대검은 이날 전국 검찰청마다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4명, 수사관 6~8명 등 1개 부(部)급 규모의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당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을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에만 전담 수사팀을 꾸렸던 것보다 그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 560명 규모의 수사 인력이 부동산 투기 수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검은 각 검찰청 전담 수사팀이 최근 5년간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물론 기획부동산 등 민간 부동산 투기 사범 처분 사건을 전부 뒤져 이미 처분이 끝난 사건이라도 필요에 따라 재수사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이미 처분이 끝난 사건도 재검토 과정에서 범죄 첩보 등을 수집·분석해 추가 수사와 처분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추가로 인지한 관련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현행 검찰청법 4조 1항에 따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부터)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 총리는 전날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 인력 500명 이상을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부터)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 총리는 전날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검찰 인력 500명 이상을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대검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해선 더 엄정하게 처리키로 했다. 부동산 투기 사범에 대한 수사·기소 방침과 관련해서는 공직자나 그의 가족·지인 등이 공직 관련 업무상 비밀을 이용하거나 부동산 공공 개발 정보를 누설하는 방식으로 투기 범죄를 저지른 경우 중대 부패범죄로 보고 전원 구속을 원칙으로 세웠다. 민간의 경우도 기획부동산과 같이 상습적인 대규모 투기 사범에 대해선 구속해 수사하기로 했다. 기소와 공소유지 단계에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명운을 걸라”고 주문했던 범죄수익 환수와 관련해선 “검찰의 축적된 범죄수익 환수 역량을 활용, 투기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범죄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책만 내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선 수사 단계에서부터 차명 재산 등 범죄수익 은닉 정황을 포착해 추징 보전하는 게 중요한데, 현행 수사권 제도 아래에서는 검찰이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직접 수사마저도 일부 범죄나 특정 금액 이상의 범죄로만 제한하고 있어 답답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뉴스1

지난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뉴스1

법조계 일각에선 기처분된 사건의 전면 재검토에 대해서도 검찰 자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불기소든 기소유예든 당시엔 타당한 이유에 따라 검찰이 처분한 것일 텐데 이를 뒤집는다는 건 검찰 처분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는 것이라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며 “검·경 간 관계야 어찌 됐든 실질적인 수사협력 방안 모색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처분한 과거 사건을 살펴보는 방안이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가 대폭 축소된 현 수사권 제도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한 고육책이란 측면도 있지만 LH 수사 본류에 참여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검은 31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열고 각 검찰청 전담 수사팀 구성 현황 및 대응 사례, 2기 신도시 투기 사범 단속 사례 등을 검토해 추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김봉현 대검 형사1과장과 전국 18개 지검장 및 3기 신도시 관할 수도권 5개 지청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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