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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돌아오면 차트가 출렁인다…스물아홉 아이유의 힘

중앙일보 2021.03.30 14:55
25일 정규 5집 ‘라일락’을 발매한 아이유.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25일 정규 5집 ‘라일락’을 발매한 아이유.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음원 강자’ 아이유가 돌아왔다. 정규 5집 ‘라일락’은 25일 발매 직후 음원차트를 평정했다. 타이틀곡 ‘라일락’은 공개 16시간 만에 멜론 24히트(Hits) 1위에 올랐고, ‘코인(Coin)’ ‘플루(Flu)’ 등 수록곡 10곡 중 6곡이 상위 10위권에 안착했다. 지난해 5월 멜론이 실시간 음원 차트를 폐지하고 최근 24시간 기준으로 개편하면서 사라졌던 ‘줄 세우기’ 현상이 돌아온 것. 지난 1월 선공개한 ‘셀러브리티(Celebrity)’로 공개 3시간 만에 1위에 올랐던 아이유는 개편 후 최단 기록 1, 2위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7월 MBC ‘놀면 뭐하니?’에서 공개된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가 세운 18시간이다.
 

5집 ‘라일락’ 10곡 중 6곡이 톱 10 안착
차트 개편 후 사라진 줄 세우기 재등장
20대 청춘 배경음악…이용자 2배 증가

아이유가 나오면 유독 차트가 출렁이는 이유는 뭘까.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면 팬덤 중심으로 음원 소비가 증가하지만 아이유가 컴백하면 팬과 대중이 함께 유입된다”고 밝혔다. 최근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경서의 ‘밤하늘의 별을’이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의 하루 이용자 수가 30만~40만명 수준이라면 아이유의 ‘셀러브리티’나 ‘라일락’은 80만명이 넘는다.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사람들이 몰리는 것. 24시간 누적으로 여간하면 움직이지 않게 된 ‘콘크리트 차트’도 아이유에게만큼은 남의 얘기다. 
 

“어느 작별 이보다 완벽할까” 20대 고별사

‘라일락’ 앨범 재킷.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라일락’ 앨범 재킷.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살이 된 그가 지난 13년의 순간을 음악 속에 켜켜이 쌓아놓은 결과이기도 하다. 싱글 ‘스무 살의 봄’(2012)을 시작으로 미니 4집 타이틀곡 ‘스물셋’(2015), 정규 4집 ‘팔레트’(2017), 싱글 ‘에잇’(2020) 등으로 이어진 나이 시리즈를 듣고 자란 20대에겐 아이유의 음악이 곧 청춘의 배경음악(BGM)이 된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민 여동생으로 출발해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그의 성장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20대라는 시간이 정리되는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유도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다. “한 떨기 스물셋 좀/ 아가씨 태가 나네”(‘스물셋’)라며 ‘다 큰 척’ 하던 그는 이제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하이얀 우리 봄날의 클라이맥스”(‘라일락’)라고 읊조릴 만큼 ‘어른’이 됐다. ‘바일락’과 ‘하일락’, 두 종류로 준비한 앨범에 대해서도 “꽉꽉 채워서 여러분께 보여드린 저의 20대를 담은 ‘바일락’과 새로 쓸 30대 젊은 날의 추억에 인사하는 ‘하일락’”이라고 설명하며 다음을 향해 나아갈 채비를 마쳤음을 알렸다. ‘젊은 날의 추억’이라는 라일락의 꽃말에 걸맞은 작별 인사다.  
 

“지는 건 못 참아” 갬블러와 승부사 사이

지난 1월 발표한 5집 선공개곡 ‘셀러브리티’.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발표한 5집 선공개곡 ‘셀러브리티’.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4년 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인 만큼 써둔 자작곡도 많았지만 과감하게 덜어냈다. 아이유는 25일 네이버 나우 라이브쇼에서 “제가 프로듀싱을 맡은 후부터 창작자로서 생각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보컬리스트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새로운 작곡가들과 작업하다 보니 자극이 많이 됐고 안 해본 장르를 시도하는 쾌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작사는 전곡 참여했지만, 작곡은 ‘셀러브리티’와 ‘코인’ 2곡에만 이름을 올렸다. ‘봄 안녕 봄’은 나얼, ‘어푸’는 악뮤 이찬혁, ‘돌림노래’는 딘과 함께 만든 곡이다.
 
덕분에 수록곡도 고루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랩에 도전한 ‘코인’이나 ‘어푸’ 등 가시 돋친 노랫말도 눈에 띈다. “최악의 패를 가지고 싹 쓸어/ 한 수 배우고 싶음 더 예의 있게 굴어” 등 타고난 갬블러의 자신감과 “게워내더라도 지는 건 난 못 참아/ 제일 높은 파도 올라타” 등 서퍼에 빗댄 승부욕이 돋보인다. 김윤하 평론가는 “아이유는 디즈니 공주 같은 ‘셀러브리티’부터 수트 차림의 ‘코인’까지 소화 가능한아티스트”라며 “사랑의 권태를 그린 ‘돌림노래’나 가창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아이와 나의 바다’ 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록곡들이 앨범 전체를 듣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블루밍’ 70주 롱런…10년 전 곡 역주행도

원더케이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코인’ 무대. [유튜브 캡처]

원더케이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코인’ 무대. [유튜브 캡처]

30일 현재 멜론 톱 100 중 15곡이 아이유 곡이다.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내 손을 잡아’처럼 역주행한 곡도 있고 2019년 11월 발매한 미니 5집에 수록된 ‘러브 포엠’ ‘블루밍’ 등 장기 흥행 곡도 포함돼 있다.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두 차례 골든 디스크 음원 부문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진우 위원은 “아이유는 신곡이 나오면 구곡의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수”라며 “‘밤편지’(2017)가 가온차트 톱 50 안에 69주간 머무르며 롱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블루밍’은 70주를 넘어서며 기록 경신 중”이라고 밝혔다.  
 
배우로서 다채로운 활동도 꾸준히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4년간 출연한 작품 목록만 봐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의 이지안이 밑바닥에서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견뎌냈다면, ‘호텔 델루나’(2019)의 장만월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옴니버스 단편영화 ‘페르소나’(2018)와 31일 개봉하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 역시 낯선 얼굴투성이다. 김 위원은 “‘호텔 델루나’ 방영 시점과 맞물려 팬카페 회원과 유튜브 구독자 수가 급증했다”며 “작품 활동이 음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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