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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현대캐피탈은 왜 홍천으로 떠날까

중앙일보 2021.03.30 14:48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사진 현대캐피탈]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사진 현대캐피탈]

6위. 남자배구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2020~21시즌 거둔 성적이다. 31일 삼성화재와 정규시즌 최종전이 남았지만 순위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현대캐피탈의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현대캐피탈은 미들블로커 신영석과 세터 황동일을 한국전력에 보내고, 세터 김명관과 다음 시즌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현대는 이미 개막 전에도 삼성화재와 세터 이승원과 김형진을 주고받았다. 미래를 내다보고 V리그 최고 센터인 신영석을 주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잘 진행됐다. 2~3라운드 부진으로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받았지만, 젊은 선수들은 확실히 성장했다. 레프트 김선호와 리베로 박경민은 신인왕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명관도 한전에서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가능성을 비쳤다.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선 각각 4승 2패를 거두며 상위권 팀들을 위협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사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시즌 중에 성적을 포기했기 때문에)많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잘 이겨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지는 데 스트레스가 있고, 성적 하락으로 인한 연봉 협상의 불리함도 있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물론 승부욕이 강한 최태웅 감독도 이를 이겨내야 했다. 최 감독은 "처음부터 (지는 부분은)생각하고 한 것이니까"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이 나름대로 성공적인 리빌딩을 한 건 구단과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구단 프런트들은 최태웅 감독과 함께 3~4년 뒤를 바라보는 운영 쪽에 무게를 두자고 결정했다. 구단주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태웅 감독을 공개지지했다. 이교창 단장도 '당장의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앞을 보고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에 있다는 게 참 기분좋은 일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주마가편. 현대캐피탈은 31일 시즌 최종전을 치르지만 쉼없이 달릴 계획이다. 다음달 9일부터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실업배구연맹전에 '번외' 출전하기로 했다. 우승을 놓고 경쟁하진 않지만, 상무를 포함한 실업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기로 했다.
 
프로배구는 프로농구 D리그나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처럼 2군 리그가 없다. 단발성이지만 실업팀과 대결은 유망주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과거 여자부 GS칼텍스도 이선구 감독 시절, 실업팀들과 '스파링'을 한 적이 있다.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이나 최민호, 박주형 등 고참 선수들은 제외한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뛰게 함으로써 성장하게 하려고 한다. 사실 전지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대회 비용을 지원하면서 실업배구에 기여하고, 우리 선수들도 훈련할 수 있는 기회다. 선수 뿐 아니라 코치들도 경험을 쌓게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끝난 게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도 남아있고, 트레이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추가적인 보강 및 선수단 개편을 통해 장기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정해놓은 방향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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