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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는 노동계, 버티는 경영계…최저임금 1만원 임기말 마지막 격전

중앙일보 2021.03.30 13:37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해 7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으며 찬성 9표, 반대 7표로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됐다. 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해 7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으며 찬성 9표, 반대 7표로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됐다. 뉴시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의 막이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뉴스분석]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1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임위는 심의요청서가 오는 대로 심의위원에게 전원 회의 소집을 통보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심의위원은 노사, 공익 각 9명씩 27명이다.

노동계 "1만원" vs 경영계 "최소 동결"

노동계는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마지막 기회"라며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시급 1만원을 요구안으로 내고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최소 동결'로 마지노선을 구축할 태세다. 지난해 경영계는 2.1% 삭감안을 냈다가 막판에 소폭 인상으로 돌아섰다. 결국 공익위원이 낸 1.5%(130원) 인상안(시급 8720원)이 투표로 결정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474원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내년 최저임금 심의의 관건은 역시 경제상황이다. 노동계도 이를 외면만 하기에는 부담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그래도 5% 이상은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고민을 대신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리면 일자리가 생기느냐"며 맞받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차 확산세를 보이고,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가 많은 중소규모 사업체와 자영업계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며 호소하고 있는 판이다.

정부도 인상에 따른 재정압박 우려 

정부의 고민은 더 깊다. 코로나19가 덮치기 이전에 이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문 정부 초기 2년 동안 30%가량 올렸다가 일자리 감소 등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5월 정부가 실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고용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기업이 상당수 존재했다"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게 무색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결국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대신 사회보장책 확충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했다. 2019년 하반기에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다.
G7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 한국경영자총협회

G7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산업현장을 휘감았다. 일자리를 지키는 건 고사하고 급감하고 있다. 그나마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정부 지원금을 뿌리며 버티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돈을 퍼부어 만드는 아르바이트 자리 예산의 폭증을 감수해야 한다.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업급여와 같은 고용보험에서 지출하는 돈도 불어나게 돼 실직자 폭증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고용보험의 고갈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경영계와 정부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셈이다. 이에 맞선 노동계의 선택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 공익위원 교체 압박으로 기선제압 나설 가능성

최저임금 심의위원 교체도 변수다. 최저임금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 중 최임위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이 5월 13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동계는 2020년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한자리로 묶은 현 공익위원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유임 또는 최소 교체를 바라는 눈치다.
 
근로자 위원도 대거 교체된다. 민주노총은 새 집행부가 들어섬에 따라 새로 최임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심의위원 전원이 2019년 사표를 내고 아직 수리가 안 된 상황인 데다 지난해 동결 수준의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다 민주노총 측은 근로자 위원 9명 중 5명을 민주노총 몫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는 한국노총 추천 몫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이다. 민주노총은 "제1노총이 됐기 때문에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두 노총이 이를 두고 갈등을 벌이면 최저임금 심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임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심의 요청이 오더라도 노동계 내부 사정 등으로 당장 심의 착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은 결정 시한을 8월 5일로 정하고 있다. 최종 결정 전 이의제기와 같은 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치고 의결해야 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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