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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스캔들에 흔들리는 호주 내각…국방·법무장관 동시 해임

중앙일보 2021.03.30 11:54
호주 정치권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해 크리스천 포터 법무장관과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이 동시에 해임됐다고 2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가 보도했다.
 

가디언 "호주 여성 6명 중 1명, 총리지지 철회"

포터 장관은 1988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2019년부터 자신의 피해 사실을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알렸고 지난해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는 종결됐다. 포터 장관은 해당 혐의를 부인해왔다. 
호주 정가를 뒤흔든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 크리스천 포터(왼쪽) 법무장관과 린다 레이놀즈(오른쪽) 국방장관이 장관직에서 지난 29일 물러났다. 다만 해임된 두 장관은 강등되는 형태로 정부에 남을 예정이다. 레이놀즈 장관은 정부 서비스, 포터 장관은 산업·과학·기술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AFP=연합뉴스]

호주 정가를 뒤흔든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 크리스천 포터(왼쪽) 법무장관과 린다 레이놀즈(오른쪽) 국방장관이 장관직에서 지난 29일 물러났다. 다만 해임된 두 장관은 강등되는 형태로 정부에 남을 예정이다. 레이놀즈 장관은 정부 서비스, 포터 장관은 산업·과학·기술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AFP=연합뉴스]

린다 레이놀즈 장관의 경우, 참모로 일하던 브리트니 히긴스가 2년 전 장관실에서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최근 폭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히긴스는 폭로 이후 린다 레이놀즈 장관과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의회 스캔들'이다. 여당 의원의 보좌진이 의원 집무실 책상에서 성행위를 했고 일부 여권 인사들이 의사당 기도실에서 성매매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지난 15일 호주 캔버라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의 모습을 한 탈을 쓴 시위자가 "책임을 피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총리를 비판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호주 캔버라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의 모습을 한 탈을 쓴 시위자가 "책임을 피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총리를 비판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달 중순 캔버라를 비롯해 호주 각지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지자 결국 23일 스콧 모리슨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5일 호주 야당 인사들이 현 정부의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해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호주 야당 인사들이 현 정부의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해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 [EPA=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호주 정부는 여성 담당 장관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모리슨 총리는 29일 "여성 담당 장관은 오직 여성 관련 의제를 수행하는 '여성들의 총리'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3일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3일 성폭행 스캔들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두 장관의 동시 해임이 이뤄졌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인 스카이뉴스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총리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응답해 "적절했다(42%)"라고 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30일 영국 가디언은 "지난 두 달 동안 호주 여성 6명 중 1명은 모리슨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면서 "일과 가정을 안전하게 지키고,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여성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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