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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모 이어 정상가족 논란…'슈돌' 사유리가 던진 도발

중앙일보 2021.03.30 05:00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공영방송은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과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

 
‘올바르고 정상적인 가족관’을 주문하는 이 글은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란 제목의 글은 ‘비혼 출산’으로 주목 받은 일본 국적의 방송인 사유리(41)가 K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 청원이 네티즌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상 가족’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정상적인 가족관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거냐” “미혼도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다. 또 “출산 장려할 때는 언제고 ‘정상적인 출산’이라니 이중잣대”“사유리 응원한다”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출산'? 그게 뭔데”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미혼모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정수진(40)씨와 그의 아이의 모습. 본인제공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미혼모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는 정수진(40)씨와 그의 아이의 모습. 본인제공

‘모던 패밀리’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는 통상의 결혼을 기반으로 한 ‘정상 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인기 시트콤 ‘모던 패밀리’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시트콤에선 게이 커플이 등장해 베트남 아이를 입양하고, 부유한 미국인 할아버지가 딸 또래의 콜럼비아인 여성과 가정을 꾸린다. 전통적인 혼인과 출산이 아니어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아웅다웅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를 향한 사유리의 ‘도발’은 새로운 가족 형태의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의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1970년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인 것을 감안하면 이젠 그 대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봐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미혼모 정수진(40)씨는 이번 사유리 출연 반대 청원이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은 정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11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씨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한다. 그는 “상담을 하다보면, 출산하겠다는 여성의 결정을 ‘무책임하다’고 말하며 남성 측 부모가 불법적으로 낙태시키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건데 그게 왜 무책임하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사유리씨 출산과 양육도 가치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개인의 선택이다.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를 ‘결핍’ 상태로 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이 비혼모에게도 계속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씨는 “매년 아이의 학교 상담에서 선생님들은 ‘생각보다’ 아이가 밝다는 이야기를 칭찬인양 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 나오는 미혼모의 이야기도 결국 아이를 받아들여 주는 멋진 남자주인공을 만나 잘 살았다는 식이다. 결국엔 결혼이 해피엔딩이라는 이야기라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정상 가족’ 대신 ‘두 부모 가족’은 어떨까요

'아빠의 품'대표 김지환씨와 아이의 모습. 본인제공

'아빠의 품'대표 김지환씨와 아이의 모습. 본인제공

김지환 아빠의품(한국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대표는 ‘정상 가족’이라는 단어 대신 ‘두 부모 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정상이나 비정상이냐 기준을 가족의 숫자로 나누지 말자는 의미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혼부로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시선에 대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남자에겐 재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짝이 필요없이 온전히 아이를 사랑하는 데 책임을 다하고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걸로 흡족하다”고 말했다.
 
사유리 출연 반대 청원에 대해선 “지극히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주장한 글이라고 본다”면서도 “가족의 형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마다 달라서 꼬투리를 잡거나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서로 간에 신뢰가 탄탄하고 사랑하며 힘이 돼주는, 가정의 기능이 잘 이뤄지는 곳은 모두가 정상 가족”이라고 했다.
 
사유리의 비혼모 행보에 미혼부·미혼모들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정씨는 “이런 논란으로 사유리씨에게 '힘내세요'라고 말하기보단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꺼리는 이야기를 공론화시킨 용기 때문에 미혼모인 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사유리를 향해 “아이와 함께 화목하고 즐거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을 보냈다.
 

”‘정상’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해” 

'자발적 미혼모' 사유리가 지난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들 사진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자발적 미혼모' 사유리가 지난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들 사진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유리 논란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가족에 대한 개념이 보다 유연해져야 할 필요성을 예고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상가족’이라는 개념은 굳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상’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기준은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해할 수 있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제도적으로 현재 법으로 정의된 가족 이외의 구성원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연수·함민정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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