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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 집회 경찰 100명 오더니…"유세장 최소 50명 다닥다닥"

중앙일보 2021.03.30 05:00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세전이 치열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세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장면이 잇따라 포착되면서다. 
 
여러 후보는 전통시장·지하상가·도심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일 서울시와 경찰이 10인 이상 집회를 강하게 금지했던 때와 정반대의 모습”이라며 걱정과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 2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위)가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유세 출정식을 가졌다. 같은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거점유세를 했다. 뉴스1

지난 2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위)가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유세 출정식을 가졌다. 같은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거점유세를 했다. 뉴스1

서울 곳곳 '구름 인파'…맨손 악수도

지난 27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하상가를 찾아 유세를 벌였다. 캠프 관계자 5명과 함께였지만, 취재진과 시민 등 인파 수십명이 박 후보와 함께 다녔다. 박 후보는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유권자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사진을 찍었다.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대신 맨손으로 홍보물을 주고받았다.
 
같은 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캠프 관계자들이 오 후보에게 접근하는 인파를 막았지만, 최소 40명이 오 후보 주변에 몰렸다. 같은 날 코엑스 유세현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지지 발언을 마치고 내려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맨손으로 악수했다. 유세현장에는 수십명의 인파는 기본이었고, 2m 거리 두기를 지키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3.1절 집회 때는 그렇게 막더니…"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서 한 후보의 선거유세를 봤다는 박모(28)씨는 "최소 50명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스피커, 트럭, 구호가 다 있었으니 대형 집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33)씨는 "선거 홍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평소 서울시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려던 모습과 다르기는 하다"고 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후보가 성북구 길음동 삼부아파트 상가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후보가 성북구 길음동 삼부아파트 상가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앞 유세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앞 유세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한 시민단체의 대표는 "방역수칙을 지키겠다고 했는데도 당시 서울시에서 조심해달라고 난리였다"며 "회견 당일 9명이 참가한 집회에 경찰 100명이 출동할 정도로 인파를 삼엄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세 현장 대부분에서 인파 100명이 가볍게 넘는다. 서울시가 가만히 있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100명 안 넘으면 문제 없어

서울시 관계자는 "선거 유세 시 방역지침은 선관위나 질병청에서 관리하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 관련한 방역 대책과 관련해 서울시나 질병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102주년 3·1절인 1일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경찰이 철제 펜스를 설치한 뒤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2주년 3·1절인 1일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경찰이 철제 펜스를 설치한 뒤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해석에 따르면 선거 유세 시 100명 이하의 운집은 불법이 아니다. 지난 25일 중수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5인 이상 모임은 방역 수칙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지침상, 한 행사에 집합할 수 있는 인원인 100명만 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 후보는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수립해 지켜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 측은 "복지부에 문의해 받은 답변을 토대로 방역수칙을 짰다"며 "인파가 많이 몰리면 '공간을 유지해달라'고 계속 요청을 드린다"고 했다. 오 후보 측은 "유권자들이 갑자기 많이 몰리면 강제적으로 다 막을 수는 없어 고민이기는 하다"면서도 "방역 수칙을 안내하면 유권자들이 대부분 잘 지켜주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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