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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외치더니…LH수사 20일만에 "檢 500명 투입"

중앙일보 2021.03.30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정세균 국무총리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정세균 국무총리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겠다더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손발 잘린 검찰'을 끌어들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초기엔 검사 1명 투입하더니…성난 민심에 500명 투입

정 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직후 결과 브리핑에서 "(LH)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 내 편성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재 700명 수준에서 1500명 이상으로 그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한다. 
 
검찰도 총동원된다. 전국의 소규모 지청까지 포함한 총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만들고, 검사와 수사관 500명 이상을 투입한다. 투입 규모로만 따지면 전국 최대 서울중앙지검이 통째로 투입되는 수준과 맞먹는다. 검찰은 이달 초 LH 사태가 터진 뒤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20명의 부동산 투기 사범 수사협력단을 꾸렸다. 전담 수사팀은 3기 신도시 대상 지역 관할 전국 7개 검찰청뿐이었다.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정부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왼쪽)과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협의체 첫 실무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정부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왼쪽)과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협의체 첫 실무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정 총리는 지난 4일 정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꾸릴 때와 지난 8일 특수본을 구성할 때 검찰을 사실상 배제했다. 초기 합조단엔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이 파견돼 법률 지원 역할을 한 게 전부였다. 지난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 때 검찰이 수사를 주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 혐의가 발견될 때에만 나서기로 하고 물러서 있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 범죄 이외에 직접 수사권이 제한돼서다. 
 
검찰 안팎에서 "수사 경험이 부족한 경찰 수사가 성공하기 힘들 것" "하위직 수사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의 검찰 배제 기조는 유지됐다. 하지만 4·7 재보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와 정부는 검찰 투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의 시행 직전 본인의 강남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린 사실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검찰 투입 카드는 꺼냈지만…"손발 잘려 할 수 있는 게 없다"

뒤늦은 직접 수사 지시를 받은 검찰은 현행 수사 체계에서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아 난감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5일 검찰에 ▶경찰의 영장 신청 시 신속 검토 ▶송치 사건 엄정 처리 ▶공소유지 만전 ▶범죄수익 철저 환수만 지시하고 경찰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 총리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 사건과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 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날 정 총리의 발표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과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검찰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후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의자의 동종 범죄를 발견해도 개시할 수 없는 게 현행 수사 체계"라며 "직접 수사도 공기업 간부와 공무원 4급만 가능하기 때문에 검찰 인력 500명이 아니라 5000명을 투입해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경찰 700여명이 한 달 가까이 수사를 했으면 이미 수사가 끝났어야 한다"며 "한 달간 성과를 못 내고 무엇을 했는 지 정 총리가 먼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첩보를 활용하라고 하는데 그 역할을 담당했던 일선 지검의 수사정보정책과도 올해 이미 다 없앴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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