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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의 이코노믹스] 미국이 희토류 채굴 재개하면 중국의 시도 성공 못 해

중앙일보 2021.03.30 00:34 종합 28면 지면보기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성공할까?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중국의 첫 번째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앵커리지로 날아오기 전, 미국 측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날을 세웠다. 미국의 근육질 힘만 믿고 나 홀로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과의 협력,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앵커리지 회동 분위기는 회담장 바깥의 겨울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꺼내자 중국 측은 미국 내 흑인 인권문제로 맞섰다.
 

미국, 환경 때문에 개발 자제 중
중국이 통제하면 즉시 개발할 것
일본도 대체재 개발해 위기 돌파
대체 기술 등장도 무기화 걸림돌

미·중 전략경쟁이 트럼프 1막을 지나 바이든 2막을 열고 있다. 미·중 관계가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가리라는 기대는 애당초 어설픈 기대였다. 미·중 충돌은 더는 ‘블랙스완’(black swan,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이 아닌, ‘회색 코뿔소’(눈에 보이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앵커리지 회동 직전 희토류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미·중 앵커리지 회동 직전 희토류 관련주인 유니온은 전날보다 1230원(14.2%) 상승한 989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대원화성·유니온머티리얼 등도 5~6% 상승세를 보였다. 쎄노텍·티플랙스·노바텍 등 관련주들도 오르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할 것인가?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쏘아 올리며 중국을 압박할 때,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하자, 중국은 당황했다. 기세에 눌리면 안 된다고 판단한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과 같은 크기의 관세 폭탄으로 응수했지만, 중국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약 5000억 달러)이 중국의 미국산 수입액(약 1500억 달러)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했다. 비대칭적인 무역 전쟁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중국은 묘수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카드가 희토류였다. 시진핑은 장시(江西) 성의 희토류 생산지를 방문하면서 결의를 내비쳤다.
 
희토류는 반도체·LED 등 전자산업과 전기차 배터리, 하이브리드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부품 등 신성장산업의 핵심소재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생산량이 세계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죽의 장막이던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이 “중동에는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다면,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져들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희소하다’는 의미와 달리 세계 도처에 묻혀
 
최병일의 이코노믹스 그래픽=신용호

최병일의 이코노믹스 그래픽=신용호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2월 말,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약품에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터였다.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무기화의 효과는 단기에 그치리라는 것이다. ‘희소하다’는 의미의 이름과는 달리 희토류는 세계 곳곳에 묻혀 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수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채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중국의 엄격하지 않은 환경규제 덕분에 중국은 계속 희토류를 대량 채굴하고 있다. 상당한 희토류 매장량을 가진 호주의 경우, 채굴은 호주에서 이루어지지만, 최종 분리공정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루어진다. 환경규제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가인 것은 선진국과 중국 간에 존재하는 거대한 환경규제 수준의 차이를 반영한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면, 세계는 다른 지역으로 희토류 수입처를 바꿀 수 있다. 유력 후보지는 세계 최고 품질의 희토류 매장지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네바다 접경지역 소재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다. 지금은 실질적인 폐광상태로 전락했지만, 한때 희토류의 핵심 공급처였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정치권은 본격 재가동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 관련 입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미국 내 초당적 반중 정서는 이를 쉽게 넘어 설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본격화하는 경우, 주요 수입국은 중국 바깥에서 희토류 생산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덜 환경 파괴적인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의 주요 희토류 수입처

미국의 주요 희토류 수입처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를 무기화한 적이 있을까? 2010년 9월,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다. 전자산업, 의료산업 대국인 일본의 중국 희토류 수입의존도는 절대적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일본은 세 가지로 대응했다. 국제법적 대응, 산업적 대응, 경제적 대응.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절차에 중국을 제소했고(미국·EU와 공동 제소), 중국 아닌 다른 희토류 수입처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체재 개발을 본격화했다. 놀랍게도 이 세 가지 모두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WTO 분쟁에서 패소했다. 호주가 새로운 수입처로 떠올랐다.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모터가 개발되었다. 분쟁 발생 당시 90%에 달하던 희토류 중국의존도는 2012년 40%대로 내려갔다. 결국,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희토류 무기화는 현실성 높지 않은 위협
 
지금은 그때와 다를까? 10여년 전 그때와 달리 WTO 분쟁해결 절차는 식물화되었다. WTO에서 1차 판정이 내려진다 한들, 그것을 집행할 구속력은 없다.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심이 구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소위원 3인으로 구성되는 상소심은 임기만료 상소위원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2019년 말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막을 국제법적인 압박은 느슨해졌다. 그러나 세계는 그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인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덕분에 이미 다양한 대응책이 마련되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현실성 높지 않은 위협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시장교란 충격은 오겠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중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가 중국에 희토류 공급을 의존하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처럼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희토류 생산방식은 변해야 마땅하다. 당장은 산업논리가 환경논리를 압도하지만, 중국도 자신의 환경 목적을 위해 희토류 생산을 축소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정작 세계가 고민해야 할 것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아닌, 환경 깡패인 지금의 희토류의 대체재를 발견하는 일이다.
 
미국은 한때 희토류 주요 생산국이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 절대 강국으로 우뚝 서기 전, 미국은 주요 희토류 생산국이었다. 그 시기는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선회하여 본격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는 1980년대 후반까지였다. 2018년 미국 지질학 서베이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1%를 차지한다. 중국산 희토류 수입국은 일본·미국·네덜란드 순서였다. 중국 전체 희토류 수출의 54%(가격으로 평가한 점유율)가 일본으로, 14%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한국도 상위 수입국에 속한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그간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다. 광산에서 유출된 방사능 폐수로 인한 환경문제 때문에 광산은 2002년 폐쇄되었고, 2008년 몰리코프가 광산을 인수했다. 일본과 중국 간의 영토분쟁에서 희토류가 무기화되면서 희토류값이 폭등하자, 몰리코프는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과잉투자였다. 유동성 부족으로 몰리코프는 파산하고, 탄광은 2017년 다른 주인을 맞게 된다. 미국의 전략은 희토류 정련시설을 자국 내에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더라도 최종 가공시설을 확보하면 중국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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