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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위워크의 우회상장

중앙일보 2021.03.30 00:16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2010년 뉴욕에서 설립돼 전 세계에 공유 사무공간 붐을 일으켰던 위워크는 2019년에 주식상장(IPO, 기업공개)을 하려다 실패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동산업이 아닌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포장한 것이나, 창업자인 애덤 노이먼의 모럴 해저드, 투자자인 손정의 비전펀드의 지나친 기업 가치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상장에 실패한 후에는 팬데믹의 직격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위워크가 다시 주식상장을 시도한다. 요즘 월스트리트에서 크게 유행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를 통해서다. 스팩은 여러 투자자가 모여 보통 2, 3년 내에 장외 우량업체를 인수하겠다는 조건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스팩 회사를 먼저 상장하고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것이고, 인수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장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도 투자 효과는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최근 쿠팡의 뉴욕 주식시장 상장에서 본 것처럼 뉴스 헤드라인을 장악하는 대대적인 홍보 효과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위워크는 2019년에 비해 기업가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화려한 상장은 아니더라도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와의 분쟁도 정리하고, 극심한 적자를 줄일 수 있는 투자금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우회상장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이 기업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부실투자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인기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상장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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