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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민에겐 팔라더니 “다주택은 개인사”라는 시의회 의장

중앙일보 2021.03.29 19:53
서울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잠원동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서울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잠원동 아파트 단지. 전민규 기자

 
“(주택 수를) 좀 줄인 분도 있는 것 같던데요. 올해 정리할 수 있는 분은 정리하도록 해야지요. 재산 문제는 개인사라….” 

서울시의원 4명 중 1명 다주택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시의원들의 다주택 보유에 관해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다주택자들에게 주택 처분 서약서를 받은 것에 관해서도 “강제사항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공식적 조치 계획이 있는지 묻자 “작년에 이미 거론된 내용인데 (다주택자 의원들이) 임대사업자라서 그렇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지난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이 공개된 뒤 여기저기서 다주택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앙일보가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의원 109명 가운데 27명이 다주택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25명에서 2명 더 늘었다.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한 아파트·단독주택·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분양권만 포함하고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상가·주상복합시설은 제외한 수치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연합뉴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연합뉴스

 
강대호 의원이 25채로 가장 많았고 이정인 의원이 22채를 신고했다. 성흠제 의원이 9채, 이석주 이원이 8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만선·김생환·김혜련·우형찬 의원은 각자 4채를 신고했다. 나머지는 2주택자다. 
 
경만선·우형찬 의원(이하 1→4채), 김종무·노승재·서윤기·김상훈 의원(1→2채)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보유 주택 수가 늘었다. 소속 정당은 이석주·김진수 의원이 국민의힘, 나머지는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김경·김종무·김희걸 의원은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성흠제·정재웅·김진수·홍성룡 의원은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 속해 있다. 두 상임위원회는 도시계획과 주택사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으로 다주택자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다주택자로 거론된 의원들에게 입장을 물었다. 이들은 저마다 사정을 얘기했다. 2년 연속 다주택자 명단 수위에 오른 한 의원은 “팔려고 내놔도 안 팔린다. 기자님이 필요하면 돈 내고 가져가라”며 “너무 시달려 병원에 입원했다. 의원 하면서 취득한 것 하나도 없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대호 의원은 박근혜정부 때 임대사업 독려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분리세대로 신고된 것인데 투기꾼처럼 몰렸다며 억울해했다. 성흠제 의원 역시 다세대주택 한 채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서울 중랑구 다세대주택 13채와 경기도 가평 소형주택 12채를 보유하고 있다. 액수로는 35억원 상당이다. 성 의원은 서울 은평구에 배우자 명의로 다세대주택을 보유했다. 한 건물에 있는 주택·상가의 가치까지 더하면 건물 재산은 12억5000만원 정도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강동구 다세대주택 등 46억원 상당의 건물을 보유한 이석주 의원은 “조카가 지은 다세대주택 원룸이 안 팔려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3채를 새로 매입한 경만선 의원은 “아내가 연로하신 장인·장모님을 위해 집을 얻은 모양”이라며 “다른 한 채는 성남시 회사에 다니는 딸을 위해 산 것인데 오해 받을까 봐 한 채는 팔았고 나머지 두 채 모두 내놨다”고 말했다. 경 의원이 새로 매입한 주택 3채는 2억8000여만원 상당이다. 우형찬 의원은 3채를 상속받았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저마다 개인사를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민 역시 같은 기준으로 다주택자가 된다. 다른 점은 재산이 공개된다는 것과 다주택자로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개인적이지 않아서다. 
 
‘무슨 문제냐’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를 바라보는 국민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서울시의원들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 전수조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시작도 전에 기대를 접게 되는 이유도 같다. 
 
최은경·김원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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