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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절박한 생중계 "부동산 부패 부끄럽다, 야단 맞아야"

중앙일보 2021.03.29 18:30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 쓰여져 있다. 뉴스1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 쓰여져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멈추지 말고, 정치적 유ㆍ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 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한다”며 “차명거래와 탈세, 불법 자금, 투기와 결합된 부당 금융대출까지 끝까지 추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협의회는 9개월만에 소집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7번째지만, 부동산만을 주제로 소집된 건 처음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 전체를 생중계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들의 마스크엔 ‘부동산 부패청산’이란 문구가 새겨졌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절박감이 묻어났다.
 
이날 회의엔 훈령에서 규정한 협의회 멤버 외에도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참석했다. 수사와 관련해선 박범계 법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 김창룡 경찰청장, 김대지 국세청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총집결했다.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높았다. 모두 발언에서부터 “부동산 부패 청산이 지금 이 시기 반부패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한다”며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LH사태와 관련해선 “국민들의 내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짓밟았다”며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의 기대도 무너뜨렸다.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대책까지 직접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부동산 부패가 들어설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며 “재산등록제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해 최초 임명 이후 재산 변동사항과 재산 형성 과정을 상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재산공개 대상은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일부 직종은 7급 이상)이다.
 
국회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국회도 개혁의 공동 주체가 돼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상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농지에 대해서는 “투기 목적의 토지 거래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하고,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투기자에 대해서는 토지 보상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다. 김성룡 기자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1시간 48분에 달하는 회의를 마치면서 “투기는 들키지 않는다는 믿음, 만에 하나 들켜도 불이익보다 투기로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생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무너뜨리는 것이 대책의 출발”이라며 이날 논의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사정기관장들에게는 “모든 행정 능력과 수사력을 동원해 특별수사와 조사에서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여달라”며 “수사주체인 경찰에 국세청과 금융위가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검찰도 각별히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 온 ‘적폐’라는 기존 시각을 되풀이 했다. 문 대통령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기행위들과 개발 정보의 유출, 기획부동산과 위법ㆍ부당 금융대출의 결합 같은 원인의 일단도 때때로 드러났지만 우리는 뿌리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개발예정지나 수용예정지에 나무나 묘목을 빼곡히 심어 보상금을 늘리는 적폐는 수십년전부터 되풀이되어 순박한 농민들도 알만한 수법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날은 “야단 맞을 것은 맞으라”,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국민적 분노에 대한 반성문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셋값 논란으로 경질된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해 별도의 유감표명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며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줄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이승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인사를 마친 김 전 실장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신임 이 실장.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이승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인사를 마친 김 전 실장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신임 이 실장. 김성룡 기자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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