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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찾는 MZ세대 맞춰…"스팸 뚜껑도 음료수 빨대도 없애"

중앙일보 2021.03.29 17:17
인스타그램에 '용기내' '용기내서_용기내세요'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용기내' '용기내서_용기내세요'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그린피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류준열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용기내 캠페인. [류준열 인스타그램 캡처]

그린피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류준열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용기내 캠페인. [류준열 인스타그램 캡처]

 
프리랜서인 박혜진(33)씨는 외출할 때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꼭 챙긴다. 마트에서 반찬을 살 때는 담을 용기도 챙겨간다. 일회용 컵이나, 비닐봉투, 플라스틱 포장품을 줄이기위해서다. 오랜 자취생활로 배달음식·택배를 많이 이용했지만, 포장 쓰레기에 진저리가 나 3년 전부터 친환경 소비자가 됐다. 박씨는 29일 “3년 전만해도 커피숍에서 찬 음료를 주문하고 빨대를 거절하면 직원이 의아하게 쳐다봤다”며 “하지만 요즘엔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씨의 말처럼 최근 친환경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택배·배달이 많아져 플라스틱, 비닐 같은 포장 폐기물이 늘자 역설적으로 친환경 소비 캠페인이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 친환경 소비는 활동가가 아닌 개인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온라인 소비 주력층인 MZ(20~30대의 밀레니얼+Z)세대가 개인 신념과 가치관을 앞세워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요즘 부는 친환경 소비 봤더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요즘 부는 친환경 소비 봤더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비자가 스팸·요구르트 포장 바꿔  

우선 소비자 개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은 개인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데 그쳤다면 요즘엔 기업에 친환경 제품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지난 여름 ‘스팸 플라스틱 뚜껑 반납’과 ‘엔요 요구르트 빨대 반납’ 운동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단체 ‘쓰담쓰담’이 시작한 이후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면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스팸 캔은 이미 밀봉 상태라 플라스틱 뚜껑을 굳이 씌울 필요가 없다” “요구르트에 빨대는 과잉포장”이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의 성화에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선물세트에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 뚜껑은 보관 편의성과 안전성을 위해 부착한건데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컸다”며 “특히 소비자 요구를 잘못 판단해 친환경 역행 기업으로 찍히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명절 선물세트부터 시범적으로 뚜껑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도 엔요 요구르트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매일유업은 이후로도 우유 2개입 비닐포장을 종이띠로 바꾸고, 아기치즈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거하며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쓰담쓰담]

[사진 쓰담쓰담]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해야" 

올해 들어서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업계에 대해 용기 재활용 요구를 하고 있다. 2019년 말 시행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서 화장품업계가 예외 적용을 받은 게 알려지면서다. 환경부는 용기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용기 겉면에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재활용 등급 표기를 의무화 했는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수출 비중이 큰 기업에 대해 유예를 뒀다.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기시 소비자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항의 차원에서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화장품 회사로 보내는 캠페인(#화장품어택)을 벌이자 2주 만에 전국에서 8000여개의 공병이 모였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하도록한 재행정예고를 냈다. LG화학은 최근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완벽하게 재활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를 회수해 다시 LG화학이 100%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에서 화장품어택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월 25일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에서 화장품어택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화장품 용기 재활용 문제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친환경 소비도 속도조절 필요"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친환경 소비가 유행하면서 모든 기업이나 제품이 뒤따라가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장기적으로 친환경 소비, 제품 생산이 되야하는 건 맞지만 모든 기업이 단가가 높은 친환경 자재를 쓸 여력은 안 된다”며 “친환경 기준에 맞추다보면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친환경 소비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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