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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발원지 몽골·네이멍구 초원 기후변화로 가뭄 더 심해졌다

중앙일보 2021.03.29 15:25
마을을 삼킬 듯 다가오는 몽골 모래폭풍. 몽골 국가 방재청

마을을 삼킬 듯 다가오는 몽골 모래폭풍. 몽골 국가 방재청

지난 26일부터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 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2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황사가 관측됐다.
 

2016년 이후 최악의 황사 찾아와
발원지에선 사람도 목숨 잃는 상황
가뭄 심해지면서 연중 모래 폭풍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는 황사 경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3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웃돌기도 했다.
황사 경보는 미세먼지 1시간 평균농도가 8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올해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한 29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올해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한 29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이번 황사가 2016년 이후 최악의 황사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전국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은 모두 8일로 지난해 전체 관측일수와 같아졌다.
 

4계절 황사가 계속되는 몽골

강한 모래 폭풍에 무너진 몽골 유목민의 게르. 푸른아시아

강한 모래 폭풍에 무너진 몽골 유목민의 게르. 푸른아시아

황사가 거쳐온 중국은 더욱 심했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2605㎍/㎥에 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3000㎍/㎥를 넘기도 했다.
 
발원지인 몽골의 황사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6일과 27일 몽골 서부와 중부지역에서는 초속 30m 안팎의 강풍을 동반한 모래 먼지 폭풍과 눈폭풍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게르(이동식 가옥)가 무너지고, 가축 200여 마리가 피해를 입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달 중순에도 몽골에서는 극심한 모래폭풍이 닥친 몽골 현지에서는 6명이 숨지고 548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대부분은 구출이 됐지만, 일부는 이틀 뒤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푸른아시아 신기호 몽골지부장은 "황사가 몽골 고비사막에서만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사막화의 확산으로 몽골 전역에서 모래폭풍이 발원하고 있다"며 "올해 날씨가 빨리 따뜻해지면서 땅이 빨리 녹아서 모래먼지 폭풍이 더 일찍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을 방문해 박광석 기상청장으로부터 황사 발원 및 국내 영향 시점, 황사 농도 등 황사 발생 상황 전반에 대해 설명을 듣고있다. 환경부=연합뉴스

한정애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을 방문해 박광석 기상청장으로부터 황사 발원 및 국내 영향 시점, 황사 농도 등 황사 발생 상황 전반에 대해 설명을 듣고있다. 환경부=연합뉴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해 발간한 '황사감시기상탑을 활용한 발원지 특성 연구(Ⅲ)'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봄철에 강한 황사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몽골 및 중국의 황사 발원지에서는 연중 내내 황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급속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중국 북부지역과 몽골의 사막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황사 발원지역이 확대되어지고 황사 발생의 빈도와 규모가 점점 커져가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미 항공우주국 인공위성이 촬영한 황사.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로 불어오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지난 15일 미 항공우주국 인공위성이 촬영한 황사.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반도로 불어오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몽골 초원은 지구 전체 초원의 2.6%, 몽골 국토의 최대 80%를 차지한다.

몽골에서는 7000만 마리의 가축이 초원에 방목되고 있는데, 목축업은 몽골 노동 인구의 29%가 종사하는 분야이고,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5%를 차지한다.
 
1990년대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는 등 사회·정치적 변화로 가축 숫자가 급격히 늘면서 방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압력이 많이 증가했고, 여기에 함께 광범위하고 빈번한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몽골 40년 사이 기온 1.73도 상승  

몽골 가뭄과 기후변화, 방목 상황. 맨위 그래프(a)는 강수량-증발량 지수를 나타낸 것으로 최근에는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지수가 음수를 나타내면서 가뭄이 심해졌음을 보여준다. 두번째 그래프(b)에서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기온은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파란색으로 표시된 강수량은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번째 그래프(c)는 가축 숫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에 가축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기상재앙인 조드(Dzud) 탓에 가축이 떼죽음 당한 때를 말한다. 폭설이 내린 직후 혹한이 닥치면 초원이 얼어붙어 가축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몽골 가뭄과 기후변화, 방목 상황. 맨위 그래프(a)는 강수량-증발량 지수를 나타낸 것으로 최근에는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지수가 음수를 나타내면서 가뭄이 심해졌음을 보여준다. 두번째 그래프(b)에서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기온은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파란색으로 표시된 강수량은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번째 그래프(c)는 가축 숫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에 가축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기상재앙인 조드(Dzud) 탓에 가축이 떼죽음 당한 때를 말한다. 폭설이 내린 직후 혹한이 닥치면 초원이 얼어붙어 가축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몽골 국립대와 중국·오스트리아·프랑스·노르웨이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국제 저널인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반건조 생태계인 몽골 초원이 과거보다 건조해졌고, 앞으로 더욱 건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거 20년(1976~1995년)과 최근 20년(1996~2015년)의 가뭄 위험을 비교·평가했다.
 
가뭄 위험은 위험한 가뭄 가능성과 생태계 취약성으로 계산했는데, 위험 가뭄 가능성이나 취약성이 0(제로)이면 위험은 0으로, 두 요소가 모두 큰 경우에는 가뭄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위험한 가뭄 가능성은 강수량-증발량 지수로부터 산출했다.
생태계 취약성은 식생 면적과 생물량(biomass), 광합성, 식물 뿌리 영역에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토양 수분의 양 등 생태계 변수로 계산했다.
 
분석 결과, 1975~2015년 사이 몽골 초원의 연평균 기온은 1.73도나 급격히 상승했고, 연간 강수량은 5.2% 감소했다(69개 관측소 기준).
여기에 34%나 늘어난 가축 방목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몽골 초원과 야생마. 2014년 촬영. 강찬수 기자

몽골 초원과 야생마. 2014년 촬영. 강찬수 기자

특히, 북동부 지역에서는 토양 수분 이용 가능성과 초원의 식물 광합성이 20~65%나 줄었다.
이에 따라 가뭄 위험은 북중부와 북동부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초원 생태계의 위험이 증가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한 가뭄이 자주 발생한 탓이지만, 생태계의 취약성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건조지역 생태계의 생산성과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고온 가뭄' 같은 기후변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고온 가뭄은 향후 수십 년 내에 반(半)건조지대에서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고, 이로 인해 토양 수분의 적자(赤字)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생태계와 가축, 목축 농민들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파괴된 환경의 회복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 정책과 생태계 보전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몽골 국립대와 중국·에티오피아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 저널 '워터(Water)'에 발표한 논문에서 몽골 중부 오르콘 강 유역의 호수 어기누르(Ugii Nuur) 면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1986~2018년 사이 13%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빈발하는 가뭄으로 인해 1986년 호수 면적은 26.04㎢였는데, 2018년에는 24.4㎢로 줄었다는 것이다.
 

중국 네이멍구 지역도 가뭄 심해져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중국 네이멍구 산맥에 황사가 날리고 있다. 2014년 촬영. 강찬수 기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중국 네이멍구 산맥에 황사가 날리고 있다. 2014년 촬영. 강찬수 기자

몽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네이멍구에서도 최근 가뭄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베이징의 하천 유역 물 순환 조절 국가 핵심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워터'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네이멍구는 1990년대에 기온 상승 등 기후 조건이 급격하게 변했고, 이로 인해 가뭄의 빈도와 범위, 가뭄 지속 기간이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58~2019년 사이 네이멍구의 40개 국가 기상관측소에서 기온과 강수량을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강수량-증발량 지수를 계산했다.
연구팀은 "이 기간에 가뭄의 빈도와 면적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네이멍구 가뭄 발생의 공간적 분포 상황. 심한 가뭄과 극심한 가뭄 발생지역이 모두 과거(1958~1992년)보다 최근(1993~2019년)에 더 넓어졌다.

중국 네이멍구 가뭄 발생의 공간적 분포 상황. 심한 가뭄과 극심한 가뭄 발생지역이 모두 과거(1958~1992년)보다 최근(1993~2019년)에 더 넓어졌다.

2000년부터는 네이멍구의 연중 가뭄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2000년 이전에는 가뭄의 빈도가 낮았고, 대부분은 온화한 가뭄이었던 데 비해, 2000년 이후에는 3~10월에 가뭄이 훨씬 자주 발생하고, 중간 강도의 가뭄도 늘어났다.
특히, 4월의 가뭄 발생 빈도가 27.4%로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이후 가뭄 핵심 지역이 남동쪽에서 (몽골 국경과 가까운) 북서쪽으로 이동했는데,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더욱 뚜렷한 이동 추세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자원을 절약하는 농법 개발, 과학적인 수자원 할당 등 적절한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 양쪽 모두 기후변화로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있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한반도로 황사 먼지가 날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황사 먼지의 이동 과정. 중앙일보

황사 먼지의 이동 과정. 중앙일보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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