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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기아클래식 5타 차 압승, 통산 21승째

중앙일보 2021.03.29 10:06
박인비에게 김효주(오른쪽)가 물을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인비에게 김효주(오른쪽)가 물을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인비(33)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70타, 합계 14언더파로 렉시 톰슨(미국) 등을 5타 차로 제쳤다. 박인비의 LPGA 통산 21번째 우승이다. 박인비는 이외에도 한국 투어 1승, 일본 투어 4승을 했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가지고 있다.
 
이 경기는 박인비의 시즌 첫 경기다. LPGA 투어는 이미 3개 대회를 치렀지만, 박인비는 쉬다가 나왔다. 경기 감각이 아직 부족할 텐데 첫날 6언더파 선두로 나서더니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5타 차의 압도적인, 그래서 약간 싱거운 우승을 했다.  
 
최종라운드는 선두로 나선 박인비에 위축됐는지 경쟁자들의 샷이 좋지 못했다. 박인비는 한때 7타 차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12, 13번 홀에서 연속 보기로 2위와의 타수 차가 4로 줄었으나 짧은 파 4인 16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박인비답게 약 10m 이글 퍼트를 넣어 승부를 마감했다. 
 
3라운드에서는 전장을 6125야드로 줄여 파 5홀에서 장타자들이 2온 하기 쉽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샷 거리가 길지 않은 박인비가 더 좋은 성적을 냈다. 고진영은 “코스가 어려웠는데 인비 언니만 제외하고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박인비는 “아직 샷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미스터리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박인비에겐 미스터리 같은 일이 많다. 올림픽이 열린 2016년에는 손가락을 다쳐 5, 6월 3경기에만 나가 두 번 기권하고 한 번 컷 탈락했다. 
 
그런데 정작 올림픽이 열리자 5타 차의 압도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후 부상 후유증으로 한참을 쉰 그는 2017년 복귀 후 2번째 경기에서 우승했다. 허리 때문에 2017년 하반기를 날리고 2018년 초 복귀해 또 두 번째 경기에서 우승했다. 이번 우승도 그렇다.
 
그러니까 박인비는 오래 쉬다 나오면 더 잘한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나왔을 때의 설렘이 녹슨 경기 감각으로 생긴 불리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박인비. [AFP=연합뉴스]

박인비. [AFP=연합뉴스]

박인비는 골프에 목숨 걸지 않는다. 그는 “무언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연습을 가장 열심히 한 선수가 아니다. 그의 주니어 시절 친구들은 “박인비가 퍼트를 잘하는 이유는 타고난 감각도 뛰어나지만, 힘든 샷 연습을 덜 하려고 그린에서 오래 있어서 그렇다”는 농담 섞인 얘기도 한다.

 
골든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후에는 더는 이룰 것이 별로 없었다. 박인비는 “의욕과 에너지가 충만할 때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그의 의욕과 에너지는 다시 올림픽이다.  
 

경기 후 "박세리의 한국인 LPGA 최다승(25승)에 4승 차로 다가갔다"는 질문을 받고 박인비는 “누군가의 기록을 깨려고 골프를 하지는 않는다. 2016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올해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올림픽이 없다면 내가 여기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 4위 이내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딸 수 있다. 대회 직전까지 한국 선수 랭킹은 고진영(1), 김세영(2), 박인비(4), 김효주(8), 박성현(11) 순이다. 박인비는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기아 클래식에 11번 모두 참가했다. 우승 1회, 준우승 3회, 가장 나쁜 성적은 21위다. 기아 클래식에서 박인비는 통산 86언더파를 쳤다.  
 

박인비는 “기아클래식 트로피가 멋있다고 생각만 하고 손을 대 본 적이 없었는데, 기쁘다. 지금 샴페인 냄새가 많이 나서 다음 주 포피의 호수(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가 뛰어드는 호수)에 바로 뛰어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열렸던 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모두 미국 선수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주력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고 상위권에 들었다. 우승한 박인비 이외에도 고진영이 8언더파 4위, 김효주가 7언더파 공동 5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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