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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도 못버는데 지원 없다…캠퍼스내 '서러운 무인도'

중앙일보 2021.03.29 05:00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의 한 구두방이 평일에도 문을 닫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대학 내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곽민재 인턴기자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의 한 구두방이 평일에도 문을 닫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대학 내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곽민재 인턴기자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도서관 맞은편의 작은 구둣방은 류창환(67)씨의 10년 일터다. 하루에 손님이 적어도 열명은 찾아오던 그의 구둣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치면서 찾아오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비대면 수업으로 캠퍼스에 학생이 사라지자 3월 새학기가 시작됐어도 하루 손님이 두명도 없는 날이 허다하다. 류씨는 “학교 밖 가게들은 주말에도 손님이 있지만 교내 매장은 타격이 더 크다”며 “임대료 1년치를 선납했는데, 수입이 줄어 생활이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류씨 구둣방 외에 교내의 다른 구둣방은 평일에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올해도 비대면 수업…대학 내 점포 파산위기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3월 기준 대학·전문대학 331곳 중 전면 대면수업을 하는 곳은 1곳도 없고 대부분이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이 사라지면서 외부와 떨어진 대학 내 점포들은 무인도에서 장사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학 내 점포를 운영하는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대학생협연합회)가 전국 22개 대학생협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2020년 매출이 2019년 대비 5분의 1로 급감했다.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적지 않다. 올해 3월 기준 매장 가동률은 평상시 대비해 매점은 66%, 식당 60%, 카페 60%로 줄었다. 대학생협연합회 정선교 조직교육팀장은 “각 조합별 운영 적자는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12억에 이른다. 별도 지원이 없을 경우 파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생으로 북적여야 할 대학 내 편의점도 문을 닫았다(왼쪽). 매장 내부는 텅 비어있다. 곽민재 인턴기자

학생으로 북적여야 할 대학 내 편의점도 문을 닫았다(왼쪽). 매장 내부는 텅 비어있다. 곽민재 인턴기자

 
대학 내 소상공인들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건국대 내 유일한 구내서점은 새학기에 전공 서적을 사려는 학생으로 줄을 설 정도였지만 지금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점을 운영하는 전재희씨는 학생들도 비대면 수업이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전공서적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며 “직원이 여럿 있지만, 매출이 70% 줄어 현재 대출을 통해 겨우 월급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기간 학교를 지켜온 기념품점도 문을 닫을 위기다. 한양대 기념품점의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90%가 줄었다. 30년간 이 대학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해온 이건의(75)씨는 “일주일에 손님이 서너명이다. 하루에 점심값도 못 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평생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장을 열었는데, 찾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은 1시간 늦게 열고, 30분 일찍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영업제한에도 일반업종…지원 못받아

대학 교문이 닫히면서 사실상 교내 점포들은 영업이 제한된 것과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특별 지원 대상은 아니다. 학내 서점, 복사실, 안경원 등이 정부가 지정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은 정부가 버팀목 자금(200만~300만원)과 추가 대출 등의 지원을 해주지만 일반업종은 버팀목 자금 100만원 외에 추가 지원 대상이 아니다.
2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피해를 봤지만, 직접적인 행정명령의 대상이 아닌 경우 일반업종으로 분류된다”며 “원칙적으로 일반업종은 ‘집합제한업종 임차 소상공인 특별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한양대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정대규(67)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는데 카페와 식당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복사업은 안된다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심지어 가끔 학교를 오는 학생이나 교직원이 밥을 먹거나 커피는 마셔도 복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복삿집, 사진관, 기념품점 등이야말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생협연합회는 대학 당국과 교육부에 대학 내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 소상공인이 그동안 사각지대에 가려졌다”며 “관광·공연업, 면세점처럼 대학생협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곽민재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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