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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오락관 봤냐" 물은 정경심 측…사모펀드 뒤집을 논리는

중앙일보 2021.03.29 05: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2라운드’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단은 항소심 첫 재판 때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다투겠다고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조국 2라운드②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가족 오락관'

지난번 살펴본 정 교수 딸 조민 씨의 ‘7대 허위 스펙’ 내용에 이어서, 이번에는 일부 유죄가 난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1심 부분을 뜯어봅니다.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경심 1심 판결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횡령 무죄: 도덕적 잘못이지만 죄는 아니다

먼저 1심에서 무죄 선고된 ‘업무상 횡령’ 혐의부터 봅시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연 10% 이자 명목으로 약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습니다. 코링크PE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가 대표입니다.
 
이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으나, 불법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정 교수가 조범동 씨에게 건넨 10억원은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라고 1심은 판단했습니다.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이자 소득이나 배당 소득보다 사업 소득으로 수익이 잡히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을 벌인 거라고 본 겁니다. 정 교수가 조씨와 계속해서 투자금에 대해 상의해온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있고, 정 교수 스스로도 조국 전 장관에게 ‘투자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정 교수와 조씨가 회삿돈을 가로채 피해를 주는 ‘불법 영득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그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당시 코링크PE의 사정이 좋지 않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해당 투자 계약이 꼭 회사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무죄에도 웃을 수 없는 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다만, 무죄가 났다고 정 교수 측에서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 10억원에 대해 ‘대여금’이 아니라고 한 것은 물론, 정 교수 측이 증거로 제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허위라고 못 박았기 때문인데요.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이 10억원을 대여금으로 신고했고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제출합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투자 상황을 다 알고도 가짜 재산 신고를 했다며 공직자윤리법 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한 상태입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정 교수로서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난 부분까지도 다시 처음부터 싸워야 할 판입니다.
 

②사모펀드 일부 유죄: 조범동 귀띔 정보는 호재였나?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1심에서 가장 무거운 법정형이 반영됐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매우 치열하게 다툴 부분입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범동 씨로부터 WFM이란 업체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뒤 2018년 WFM의 주식을 매수했고(자본시장법위반 미공개 정보 이용) ▶그 과정에서 차명 계좌를 사용했으며(금융실명법 위반) ▶WFM 주식 12만주를 공직자재산등록 때 신고하지 않고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식으로 수익을 은닉했다(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며 기소했습니다.
 
쟁점이 된 건 정 교수가 들은 ‘WFM이 음극재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군산공장을 다음 달 가동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남들은 모르는 호재성 정보가 맞는 지입니다. 이를 위해 검찰과 변호인단은 2018년 당시 언론 보도와 주가 변동 상황, 정 교수에게 주식을 판 전 WFM 최대 주주 우국환 씨는 해당 정보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정 교수가 실현한 이익은 얼마인지 등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1심은 정 교수가 군산공장 가동 정보로 매수한 주식 10만주로 약 2억3000만원의 이익을 봤다며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동생과 단골 미용사,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조 전 장관 지지자 등의 계좌를 이용해 차명 투자한 혐의도 인정됐습니다. 주식 2만주 부분만 정 교수가 이득을 본 게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코링크PE가 운용한 블루펀드에 정 교수가 14억원을 출자하면서 이를 100억원으로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혐의(자본시장법위반 거짓변경보고)도 무죄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지나치게 ‘작위적 판단’을 했다며 불만을 내비쳤는데요. 해당 주식 거래가 시장에 피해를 주는 성격이 아니었으며, 주가 영향도 미미했다는 겁니다. 정 교수가 굳이 차명 계좌를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③증거인멸 일부 유죄: ‘가족오락관’ 봤냐 물은 변호인

가족오락관/여의도=최승식

가족오락관/여의도=최승식

다음은 3개 중 1개가 유죄 선고된 증거인멸교사 혐의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유죄 선고 부분을 적극적으로 다툴 텐데요. 정 교수가 코링크PE 직원들에게 동생 이름이 들어간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입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항소심 첫 재판에서 한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 ‘가족오락관’ 비유를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손짓 발짓으로 전하면 내용이 왜곡되고 이상해져서 점점 달라지는 오락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청문회 대응 과정에서 (정 교수가) 어떤 행위를 지시하면 그 지시를 잘못 알아들은 임직원들이 증거인멸 행위를 했다는 건데, 이는 편향적인 것입니다. 증거위조교사 혐의 역시 직원들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 겁니다.”
 
증거 인멸 지시는 정 교수→조범동 씨→코링크PE 직원들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증거를 인멸하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조 씨 등이 맥락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 주장하는 겁니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애초에 검찰이 사모펀드 투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가 위법 정황이 나오지 않자 미공개 정보 투자 등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며 검찰 수사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 삼겠다고 했습니다. 오늘(29일), 정 교수의 항소심 2번째 재판이 열리는데요. 앞으로 벌어질 본격적인 논쟁도 법(法)ON이 충실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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