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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도비만 맞춤형 치료 시대…비만대사 수술로 체중·만성질환 관리"

중앙일보 2021.03.29 00:04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병적으로 살이 찐 고도비만 환자는 열심히 운동하고 꾸준히 소식(小食)해도 살을 빼기 어렵다. 비만에 따른 만성질환에 치이고, 편견 어린 주변 시선에 상처받으며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간다.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이지연(39·여)씨와 주치의인 김용진(49)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선 이유다. 그들은 “고도비만의 검증된 치료인 비만대사 수술로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의사 김용진씨, 환자 이지연씨

김용진 비만당뇨수술센터장

 
-고도비만은 왜 치료해야 하나.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병적 비만 상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우울·불안 등 정신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삶의 질을 넘어 생존과 관련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식이요법·운동으로는 체중 조절이 어렵나.
 고도비만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가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의 문제다. 지방세포가 염증 반응을 유발하면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식욕·성(性)호르몬이 교란되면서 소식하거나 운동해도 살이 빠지지 않게 된다. 10세 이전에는 생활방식 개선을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교정할 수 있지만, 이후 체질이 변한 뒤부터는 요요현상만 되레 심하게 나타난다.
 
-약물·수술로 치료 가능한가.
 그렇다. 단, 각각의 치료 효과는 차이가 있다. 약은 꾸준히 복용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동반되는 만큼 원래 체중의 5~10%를 감량 목표로 설정한다. 비용 부담이 커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비만대사 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유지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진료지침)이다.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돼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부터 고도비만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비만대사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대표적으로 위 크기를 줄이는 ‘위절제술’과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꾸는 ‘위우회술’과 '십이지장 우회술' 등이 있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 치료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위절제술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술 후 위 내시경검사가 가능하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위우회술과 십이지장 우회술은 고난도 수술이지만 동반 질환의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당뇨병을 5년 이상 앓았거나 중증 수면무호흡증, 부인과 질환자, 체질량지수 40 이상일 땐 위우회술이 추천된다.
 
-수술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수술은 마술이 아니다. 10명 중 3명은 영양 불균형 등 후유증과 부족한 체중 감량 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는 열쇠가 수술 후 관리다. 1년에 3~4번 병원을 찾아 정기 검사와 영양 상담을 받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바라보고 가정·사회가 함께 나선다면 치료 성공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고도비만 수술받은 이지연씨
 
 -비만대사 수술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2008년에 첫아이를 낳고 체중이 확 불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로 89㎏까지 살이 찌면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합병증을 연이어 진단받았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친구에게 소개하기 부끄러운 엄마이지 않을까’ ‘건강이 나빠지면 아이들은 어쩌나’ 고민이 쌓였다. 그러다 2년 전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았고,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6월 비만대사 수술(십이지장 우회술)을 받게 됐다.
 
-여러 다이어트를 시도했을 것 같다.
 10년 넘게 한방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건강보조식품 등 안 해본 방법이 없다. 하지만 10㎏을 빼면 20㎏이 찌는 극심한 요요현상으로 매번 실패감을 맛봤다. 자포자기하며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고 불어난 체중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수술을 결심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위험한데 수술까지 해서 살을 빼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체중 감량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체·정신적인 건강이다. 개인적인 만족감 때문만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도비만은 치료해야 할 병이고 수술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란 믿음이 있었다.
 
 -직장 생활에 지장을 받진 않았나.
 입원부터 퇴원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주말에 입원해 평일에 수술받고 다음주부터 출근했다. 처음 일주일은 기운이 다소 빠졌지만 책상에 앉아 일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속이 편하고, 몸이 가뿐해져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점심은 전처럼 동료들과 같이 동일한 메뉴로 먹는다. 양이 많이 줄었을 뿐이다.
 
 -수술 전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혈압·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당화혈색소 수치는 수술 전 12.4%에서 5.4%로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매일 먹던 약도 모두 끊었다. 또 뚱뚱할 때는 몸에 맞춰 옷을 골랐다면 지금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사서 모으는 재미가 있다. 이런 생활 속 변화가 쌓이면서 자존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만대사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건 고도비만이 암·뇌졸중처럼 환자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동반 질환이 있다면 수술처럼 적극적인 방식으로 치료·관리해야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만성질환을 담당하는 병·의원에서 관련 정보를 폭넓게 제공해 환자 선택지를 넓혀주면 좋겠다.
 
비만대사 수술 건강보험 적용 대상
● 체질량지수 35 이상 ●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대사 합병증(고혈압·당뇨병·수면무호흡증 등)을 동반한 환자 ● 체질량지수 27.5 이상이면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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