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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살해' 피의자 회복중…"신상공개하라" 분노의 청원

중앙일보 2021.03.28 17:17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가람 기자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가람 기자

28일 오후 2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기자의 질문에 “같은 아파트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주민들이 한숨을 쉬며 알려준 아파트의 현관문과 창문에는 ‘출입금지’와 ‘수사 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사흘 전에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살인 사건 현장이다.
 
세 모녀 모두 20대 남성으로부터 목 부위에 큰 상처를 입고 살해됐다. 범행 현장에서 피의자는 자해한 상태로 발견됐지만, 의식이 남아 있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경찰은 이르면 29일부터 피의자를 대상으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살해당한 세 모녀, 피의자는 회복 중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찾아간 범행 현장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대문과 창문에 경찰이 부착한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가람 기자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해 사건의 피해자 3명 모두 ‘목 부위 상처’로 인해 사망했다는 1차 구두 소견 결과를 28일 내놓았다. 피해자들은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큰딸 A씨(24) 친구가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고 신고하자 출동했고 집 안에서 시신 3구를 확인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피의자로 지목된 B씨(24)가 지난 23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의 집을 찾아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하고 뒤이어 온 A씨마저 살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는 23일 밤 B씨가 A씨의 집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찍혔다. 피해자의 지인을 통해 B씨가 A씨에게 일방적인 만남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경찰은 앞으로 B씨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토대로 범행 동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수술을 마친 B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있다.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이 병실 밖에서 24시간 지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29일) 의료진으로부터 치료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후 조사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며 “피의자 조사를 포함해 휴대폰 포렌식과 지인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B씨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을 서울경찰청에 의뢰했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어가는 여성들”, 신상공개 촉구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번 사건이 스토킹 범죄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선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공개 바랍니다’는 글이 올라와 28일 기준 6만여 명이 동의를 했다. 이 청원은 사전 동의 100명이 넘어 현재 관리자 검토를 위해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청원인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어가는 여성들이 ‘안 만나줘’, ‘그냥(묻지마)’, ‘약하니까’ 등등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가해자의 신상을 이른 시일 내에 공개 바란다”고 주장했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우선 치료 경과를 지켜보고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집행해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며 “(신상공개 여부는) 서울청 관할이므로 지금 단계에서는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는 경찰과 변호사 등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서울청 산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을 위해 필요하면 피의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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