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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인 교류 중단 4년째…최태원 "기업인 다시 만나자"

중앙일보 2021.03.28 15:52
2019년 도쿄포럼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

2019년 도쿄포럼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ㆍ일 기업인 교류를 복원하자’는 메시지를 일본 경영계에 전달해 결과가 주목된다. 최 회장은 상의 회장 취임 후 “경영 애로 해소” “국가 의제 해결 역할” 같은 원론적 발언을 했지만, 한·일 기업인 교류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28일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에게 “오랜 기간 동안 다져진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며 “2002년 이후 매년 양국 상의가 서로 오가며 개최했으나 2018년 이후 중단된 ‘한ㆍ일상공회의소 회장 회의’를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상의는 최 회장의 발언을 담은 편지를 29일 일본 상의에 공식 전달한다. 상의 관계자는 “일본 상의 측과 물밑 작업을 마친 뒤 나온 메시지는 아니다"고 전했다.
 
한ㆍ일상의 회장 회의가 중단된 건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계기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40년대 강제징용된 한국인에게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1965년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게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의 입장이었지만, 한국 대법원은 “한반도 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협정이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에도 적용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상의, 日경영계와 관계 복원 적기 판단 

대법원 판결은 한·일간 외교적 갈등으로 번졌고 두 나라 상의 회장단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특히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은 신일철주금의 명예회장이다. 일본 상의는 판결 다음달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ㆍ일 상의 회장 회의를 앞두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한상의가 회의 개최를 반대하면서 행사가 중단됐고, 교류 단절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강제징용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 이춘식씨. 연합뉴스

2018년 강제징용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 이춘식씨. 연합뉴스

 
대한상의는 회장 교체(박용만→최태원) 후 다른 나라 상의 회장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이 시기가 일본 상의와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역시 130여개국 상의 회장에게 인사를 보내며 일본에는 특별히 화해의 메시지를 포함한 것이다. 

 

도쿄대와 교류해온 최 회장

경영계에선 최 회장의 평소 일본에 대한 관심도 이번 메시지에 반영됐을 거란 분석이다. 최 회장은 2019년부터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행사인 ‘도쿄포럼’ 연사로 나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 같은 본인의 철학을 강조했다. 최종현학술원은 SK그룹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인재육성 뜻을 기려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이에 한·일 상의 간 교류 재개를 통해 최 회장은 자신의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동북아 기업들까지 전파하려 한다는 게 상의 안팎의 평가다. 
 
한편 최 회장은 가오옌(高燕)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장과 정페이옌(曾培炎)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이사장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한·중 공동발전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됐던 ‘한·중 기업인·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를 조속한 시일에 다시 열고, 이 협의체를 양국 경제교류와 협력을 상징하는 행사로 이어가자”는 내용을 담았다.
 
130개국 공동 메시지에서 최 회장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단기적 충격과 구조적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상공회의소가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사업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자”고 밝혔다. 앞서 전달한 미국 상의 회장에 대한 메시지(11일)에서 최 회장은 “한국과 미국은 70년에 가까운 동맹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상의가 새로운 미국 경제의 리더로서 한미 관계 강화에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태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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