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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꽃놀이에 성화 릴레이도 겹쳤다…美학자 "불 꺼라" 경고

중앙일보 2021.03.28 15:38
일본에서 지난 25일부터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가 시작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2천명을 넘어서며 4차 유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미국 NBC 방송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진행되는 성화 봉송을 비판하며 중지를 요구하는 칼럼을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日 신규 확진 2천명대..'4차 확산' 우려
벚꽃 시즌도 겹쳐...주말 내내 북적여
25일 시작한 성화 봉송도 위험 변수
"성화 릴레이는 위생 실험" 지적 나와

27일 벚꽃 명소인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 벚꽃 명소인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 NHK에 따르면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73명으로 전날 2277명에 이어 이틀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하루 확진자가 2천명을 넘은 건 이번 달 7일 이후 3주 만이다. 이날 도쿄에서 확인된 신규 감염자는 430명으로 3월 들어 가장 많았다.  
 
일본 정부는 22일을 기점으로 수도권 등에 내려졌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을 전면 해제했다. 25일에는 후쿠시마(福島)를 시작으로 121일간 전국 47개 도도부현을 도는 올림픽 성화 릴레이도 시작했다. 선언 해제와 봄 꽃놀이, 성화 봉송 행사 등이 겹치면서 확진자 수가 순식간에 다시 늘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산케이 신문은 27일 "도시와 지방 모두에서 우려했던 '제4파(4차 유행)'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26~27일에는 일본 수도권 일대에 벚꽃이 만개해 꽃놀이 명소마다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지나는 이들의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혼잡한 모습이었다.  
 
25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응원을 나온 사람들. 곳곳에서 사람들이 밀집한 모습이 연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응원을 나온 사람들. 곳곳에서 사람들이 밀집한 모습이 연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부터 진행 중인 올림픽 성화 봉송도 확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올림픽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밀집 응원'이나 '함성 금지' 등의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성화가 지나는 곳곳에서 시민들이 밀집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올림픽 성화 릴레이 중지해야" 

이 가운데 일본의 성화 봉송 릴레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이 미국 언론에 게재돼 주목된다. 『파워 게임 : 올림픽의 정치사(Power Games: A Political History of the Olympics)』라는 책을 쓴 줄스 보이코프 미국 퍼시픽대 교수는 현지시간으로 25일 NBC 방송 온라인판에 '코로나19 공포 속에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됐다. 이 불은 꺼져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성화 봉송 중단을 요구하는 NBC 방송의 칼럼. [NBC 온라인사이트 캡처]

성화 봉송 중단을 요구하는 NBC 방송의 칼럼. [NBC 온라인사이트 캡처]

그는 이 칼럼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 속 성화 봉송이 공중의 건강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화 봉송은 나치가 세운 전통이며, 나치 선전에 뿌리를 둔 전통은 (이번 기회에)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쿄올림픽 안전 프로토콜에 따르면 성화 주자의 체온이 37.5도를 넘을 경우 달리기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관중들에게도 환호보다 박수를 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위생 실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글을 게재한 NBC는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로, 일본 언론들도 NBC에서 이같은 칼럼이 나온 데 주목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27일 이 칼럼의 내용을 소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 성화 봉송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할 경우, 전국을 도는 성화 릴레이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후 성화 봉송이 예정돼 있는 에히메(愛媛)·미야기(宮城)·야마가타(山形)현 등은 현재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지자체 단독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 등을 요청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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