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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재산 21억 불렸지만…한전 사장도 재미 못 본 종목

중앙일보 2021.03.28 10:00
 
지난해 연간 매출 58조원.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국내 기업 중 5~6위권입니다. 매출의 99%가 전기 판매에서 나옵니다. 이 나라의 송∙변전 및 배전, 판매 등 전력 공급 과정 전부를 총괄하는 회사. 쉽게 말해 독점. 한국전력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전기 사용량도 늘어날 텐데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지만, 주가는 한 마디로 엉망입니다. 2016년 6만원대에 등정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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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야 할 때도 올릴 수 없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정치 논리에 밀려
주주가치 훼손, 불투명한 미래 실망감 커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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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잠깐 분위기가 좋았는데 최근 다시 실망감이 확 커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한전은 지난 22일 2분기(4~6월) 전기요금 조정단가를 1분기와 같은 ㎾h당 -3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동결. 지난해 12월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전기를 뭐로 만들든 원룟값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더 받겠다는 것.
 
연료비 연동제는 직전 3개월 연료비 평균 가격을 반영해 다음 분기의 요금을 결정합니다. 앞서 1분기 조정단가는 지난해 9~11월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해 ㎾h당 -3원으로 책정했죠. 연료비 하락 추세를 반영한 겁니다. 마찬가지로 2분기 요금은 12월~2월 연료비에 따라 계산했는데 이 사이 국제 유가도 많이 오르고, LNG 수입단가도 올랐습니다. 그럼 당연히 인상해야 하는데, 안 한다고 한 거죠. 발표 직후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상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한 상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연합뉴스

포장은 그럴 듯한데, 애초에 연료비 연동제가 제 기능을 할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습니다. 세 가지 소비자 보호 장치 때문입니다.  
①연간 최대 ㎾h당 5원 범위에서, 분기에 최대 3원까지만 변경할 수 있다.
②㎾h당 1원 이내 변동 요인이 있다면 요금을 바꾸지 않는다.  
③단기간 연료비가 급격히 상승하는 예외적 상황이 생기면 요금 조정을 유보한다.
②는 그렇다 치죠. ①을 뜯어보면 인상 요인이 ㎾h당 10원인 경우에도 3원밖에 못 올리는 거니 7원은 여전히 손해를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더 찝찝했던 건 바로 ③ ‘급격히’ ‘예외적’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조항인데요. 한전은 이번 동결 결정을 두고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인상 유보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결정한 근거, 아니나 다를까 ③이었습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죠. 지난해 12월 연료비 연동제 도입 발표 이후 한전의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습니다. 주주 입장에선 아주 합리적인 제도가 도입되는 거니까요. 그러다 올해 들어 다시 요동친 건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지 불신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죠.
 
한전이 이번에 최대폭(3원) 인상을 결정했어도 1분기에 낮춘 것을 되돌리는 것뿐 실제론 인상도 아닙니다. 깎아주는 건 규정대로 하고, 올려야 할 땐 예외조항을 들이밀며 막는 거죠. 한전은 2013년 이후 한번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정치에 휘둘리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란 뜻입니다. 하반기엔 올릴까요? 보궐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상장회사이지만 공기업인 태생적 한계. 바뀌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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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해 4조원가량 흑자를 냈습니다. 3년 만의 흑자 전환. 유가 하락으로 전력 구입 비용이 줄어든 덕분입니다.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도 2019년보다 덜 들었죠. 통상 에너지 가격은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요금에 반영됩니다. 이미 1분기에 많이 상승한 데다 코로나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유가와 LNG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는 저유가 재미마저 쉽지 않을 거란 의미.
독점기업이지만 한전도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발전입니다. 옮겨서, 파는 역할은 하지만 생산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른바 망 중립성 훼손 논란(전력망 다 가진 너희가 생산까지 하면 민간 발전사업자랑 경쟁이 되겠냐!)입니다. 그래도 한전 입장에선 숙원 사업이죠. 그동안은 정부가 막았습니다. 망 중립성 훼손, 전기의 생산과 유통을 분리하는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했죠.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데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20% 달성’ 목표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직 6~7% 수준이니 확 늘리려면 한전의 도움이 필요하죠.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가 상승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제품 가격도 정할 수 없는 장사꾼이지만 제품을 직접 만들면 얘기는 달라지니까요.
 
또 다른 변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유가가 오를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 속도를 예상하기 어렵고, 산유국의 대응도 미지수죠. 유가 상승이 덜하면 한전의 부담 역시 덜할 겁니다. 3분기부터라도 연동제를 적용해 요금을 올리는 것 역시 주가엔 긍정적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건 기대일 뿐, 이번 결정으로 인한 실망감 오래갈 듯하네요. 이 와중에 김종갑 한전 사장의 재산이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주식투자로만 21억원을 불렸네요. 테슬라, 텐센트, 네이버 등 국내외 주식에 고루 투자해 얻은 성과. 하지만 그에게도 실패한 투자처가 있었으니... 바로 한전!!!!!!!!!!!(750주 보유 중)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설사 올라도 주주가치 모르는 기업은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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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