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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강도에 빗댄 정경심측···'조국 재판' 원점서 다시 따져보니

중앙일보 2021.03.27 07:00

"편의점 강도가 발생했을 때 CCTV에 피고인이 (강도와) 비슷한 복장을 입은 게 찍혔고, 비슷한 차를 탄 게 찍혔고,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가 있을 경우 과연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정경심 측 변호인)

 
지난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12월 정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지 약 3개월 만입니다.

조국 2라운드①
'7대 스펙 위조'와 '편의점 강도'

 
정 교수 측은 딸 조민씨의 소위 '7대 스펙'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을 논리로 ‘확증편향’을 들고 나왔습니다. 1심 재판부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정황만 선택적으로 증거로 채택하고, 유리한 증거는 배척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위의 편의점 강도 예시를 들었습니다.
 
정말 1심 재판부가 편향된 판결을 한 걸까요. 2심의 판단은 어떨까요. 중앙일보는 ‘조국 일가’ 재판을 원점에서 따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1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부터 되짚어봅니다.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단국대 논문: "기여했다" vs. "안했다" 엇갈린 진술

 
1심은 조민 씨의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봤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 씨의 스펙 만들기는 당시 그가 다니던 한영외고 유학반 학부모들끼리 서로 자녀의 스펙을 만들어주는 이른바 ‘스펙 품앗이’로 시작됐습니다. 그 시작이 단국대 장영표 교수 논문 제1저자 등재 건입니다. 조씨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인 2007년 7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일간 인턴을 한 뒤 1급 학술지에 게재된 소아병리학 논문 1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서로 엇갈린 진술이 등장합니다. 장 교수는 법정에 나와 “조씨의 입시를 위해 논문 1저자로 등재한 건 맞지만 조씨가 논문 작성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반면 당시 체험 활동을 지도한 연구원은 “조씨가 실험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고 그 결과가 논문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정반대로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장 교수보다는 당시 체험 활동에 좀 더 깊이 관여한 연구원의 말을 신뢰했습니다. 장 교수 아들이 조국 전 장관이 재직하는 서울대에서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받는 등 ‘스펙 품앗이’에 동참했기 때문에 자기 보호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습니다.
 

② 공주대 인턴: 화분 물갈이→논문 3저자로?

 
‘성분화 관련 유전자의 분자생물학적 탐지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음.’
‘일본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하였음’
 
고등학생이던 조민 씨가 쌓은 또 하나의 스펙인,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내용 중 일부입니다. 1심 재판부는 위 확인서만 보면 마치 조씨가 전문적인 활동을 한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로 조씨는 주로 화분에 물을 갈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건 ‘학회 공동발표’ 부분입니다. 조씨는 2009년에 일본 학회에 발표된 포스터와 논문초록에 3저자로 기재됐습니다. 확인서를 발급해준 공주대 김광훈 교수는 법정에서 “조씨가 실제로 당시 일본 학회에 가서 발표를 했다”며 논문 저자 등재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이를 확인해보니, 조씨는 발표 팀원 옆에 서서 모르는 영어 단어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화분 물갈이와 합쳐 이를 어느 정도의 기여도로 봐야 할까요? 1심 재판부는 ‘사실상 기여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2심에서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③ 표창장 위조: “내 직인 아니다” 최성해의 진술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사용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여부는 1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서는 “정 교수에게 표창장 발급 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는 당시 동양대 최성해 총장의 진술이 유죄의 핵심 근거 중 하나로 쓰였습니다.
 
 “동양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정 교수가 통화로 '자료를 잘못 내면 총장님께서 다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전화를 넘겨받아 ‘총장님이 위임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 교수가 ‘우리 민이를 예뻐했으니 민이를 봐서라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1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최 총장의 진술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최 총장이 조 전 장관에게 앙심을 품고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최 총장이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동양대 포상규정이나 다른 직원·조교들의 진술도 ‘표창장 위조’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밖에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정 교수의 경력증명서 파일과 수정본이 발견된 점, 정 교수 측이 표창장 원본을 분실했다며 제출하지 않은 점, 조씨가 실제 동양대에서 봉사 활동을 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위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정됐습니다.  
 

④ “조민, KIST서 잠만 잤다”: 책임교수의 진술

 

201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은 1심에서 ‘부풀리기’로 판단 났습니다. 조씨는 정 교수의 동창인 이광렬 전 KIST 소장을 통해 인턴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책임자였던 정병화 교수는 법정에 나와 조씨가 2~3일 만에 갑자기 인턴 활동을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그 학생이 좀 그렇다, 엎드려서 잠만 자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인턴 확인서도 자신이 작성해 준 적이 없으며, 이광렬 전 소장에게 작성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⑤ 조국이 직접 관여한 호텔·서울대 인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항소심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다툴 부분이 1심 판결에서 ‘조국이 공모했다’고 적시한 부분입니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 교수와 별도로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 교수 1심 법원은 조민 씨의 스펙 가운데 2가지는 조 전 장관이 직접 만들어줬다고 봤습니다. 고교 시절에 했던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입니다.
 
1심 재판부가 이를 허위로 판단한 근거를 봅시다. 조씨는 2007~2009년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 아쿠아펠리스 호텔 식음료팀 및 객실팀에서 일을 했다고 인턴 확인서에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은 법정에 나와 “조씨를 모른다”, “고등학생이 3년 간 인턴을 하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호텔에서 일한 날이 조씨의 시험시간이나 다른 활동 날짜와 겹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인섭 당시 인권법센터장은 조씨를 기억하지 못했으며, 조씨가 참석했다는 세미나에서 실제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무실 컴퓨터에서는 인턴 확인서 파일과 호텔 추천서 파일 등이 발견됐고요. 이런 정황들을 연결해볼 때, 재판부는 실제 하지 않은 활동을 허위로 만들었다고 판단한겁니다.
 

정 교수 측 20명의 증인, 유죄 뒤집을 ‘카드’ 될까

정 교수로서는 항소심에서 조씨가 실제로 인턴을 했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더 보충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항소심 증인만 20명을 요청했습니다. 사건을 원점에서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이들이 앞으로 1심 결과를 뒤집을 만한 핵심 증언을 내놓을까요? ‘法ON’은 앞으로 법정에 펼처질 풍경을 생생하게 취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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