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리하자 또 나온 '사죄 읍소'…추미애 '삼보일배'는 안통했다

중앙일보 2021.03.27 05:00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4·7 재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4·7 재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과거에 잘못한 게 많이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지난해 4월 12일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잘못은 통렬히 반성합니다. 도와주십시오.”(지난 25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모순적 표현이 있다. “잘못은 했지만 뽑아달라”는 구호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민심이 불리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읍소 전략’을 폈다. 투표를 닷새 앞두고서는 황교안 당시 대표가 가는 곳마다 큰절을 했다. “아직 국민들 마음을 다 풀어드리지 못해서 큰절을 드렸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그런데 불과 11개월만에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슷한 표현이 등장했다.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은 절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을 뵙겠다”며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 도와달라”고 쓴 것이다.
 
같은 날 부산시장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민주당 인사들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차기 민주당 당권을 노리는 홍영표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부동산 문제에 화가 나신 걸 잘 안다. 민주당에 화를 내시고 김영춘 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도 “저희가 잘못했다. 김영춘 후보를 경제시장으로 우뚝 세월달라”고 했다.
 
다음날인 26일 열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도 박홍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우리 당의 잘못으로 시작된 선거다. 죄송하다”며 “그러나 부산이 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대구·경북권선대위원장을 비롯한 4·13 총선 대구 지역 후보자 전원이 무릎 끊고 사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6년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대구·경북권선대위원장을 비롯한 4·13 총선 대구 지역 후보자 전원이 무릎 끊고 사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러한 ‘읍소 전략’은 보통 전세가 불리할 때 쓰인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파동으로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대구 지역의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근혜)으로 불리던 후보들은 단체로 무릎을 꿇고 “저희들에게 회초리를 때려달라”고 호소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난 뒤 단체로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읍소는 보통 ‘낫 배드(not bad)’ 전략으로 통한다. 선거 전략적으로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반드시 담보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는 걸 반복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유세를 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에 대해 민심의 역풍이 크게 불자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의미로 택한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뿌리가 같지만 갈라선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단독 과반이 넘는 152석을 었었지만 새천년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추 전 장관도 낙선했다.
 
2004년 총선 때 추미애 당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동참한 것을 사죄하며 광주역 앞에서 삼보일배하는 모습. 중앙포토

2004년 총선 때 추미애 당시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동참한 것을 사죄하며 광주역 앞에서 삼보일배하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같은 선거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읍소 작전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한나라당은 총선 직전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표로 선출했다. 선출 다음날 천막 당사에 입주한 한나라당은 선거 기간 동안 “열린우리당의 단독 개헌을 막을 수 있는 100석만 얻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폈다. 결국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읍소 전략이 실제 선거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 실적이 거의 없다는 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서 큰 효과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열세에 있다고 판단하는 쪽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하겠지만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