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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쫀·말랑…따뜻한 감촉 좋다“ Z세대 마음 훔친 의외의 물건

중앙일보 2021.03.27 05:00
※[해보세]는 '해시태그로 보는 세계'의 줄임말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해시태그를 키워드로 세계를 들여다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신이시여, 더는 우리를 시험하지 마소서”

[해보세]

“당신의 구매는 가격만 높일 뿐입니다”
 
최근 틱톡 팔로우 수 1억명을 거느린 SNS 스타 찰리 다멜리오(17)에게 쏟아진 팬들의 원성입니다. 이들은 다멜리오가 '생각 없이', 또는 '철없이' 행동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열혈 팬까지 등을 돌린 걸까요?
  

해시태그 1. #Squishmallows

논란을 만든 주인공은 다멜리오가 껴안고 있던 수십 개의 인형, 바로 ‘스퀴시 멜로(Squishmallows)’ 입니다.  
 
스퀴시 멜로는 2017년 미국의 장난감회사 켈리토이(Kellytoy)가 내놓은 봉제 인형입니다. 스퀴시 인형은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운 원단에 솜을 넣어 만든 인형입니다. 한국에서는 쿠션으로도 소개되고 있죠. 
 
스퀴시 멜로 인형 325개 수집했다는 대학생 레베카 브라운(21). [사진=레베카 브라운@squishadorbs]

스퀴시 멜로 인형 325개 수집했다는 대학생 레베카 브라운(21). [사진=레베카 브라운@squishadorbs]

당초 어린이들을 겨냥해 나온 인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출시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이 인형은 20~30대 'Z세대'에 뜨거운 인기를 얻어며 몸값도 훌쩍 치솟았습니다. 
 
미국 내 스퀴시 멜로의 인기는 소셜미디어를 보면 금방 드러납니다. 틱톡에서 해시태그 #Squishmallows가 달린 영상은 5억3000만 뷰를 넘어섰고, 미국판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1만20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입니다. 구글 조회 수도 폭발적입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국 내 구글에서 스퀴시 멜로 검색량은 지난해 8월부터 상승하더니 지난 2월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지난 5년, 구글 내 Squishmallow 검색량. 2020년 후반부터 상승하더니 2021년 2월 최고점을 기록했다. [구글 트렌드 캡처]

지난 5년, 구글 내 Squishmallow 검색량. 2020년 후반부터 상승하더니 2021년 2월 최고점을 기록했다. [구글 트렌드 캡처]

 
이런 상황에서 다멜리오가 스퀴시 멜로를 잔뜩 사들인 모습을 공개했고, 그러자 팬들까지 인형값이 더 뛸 것이라며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낸 것이죠. 
스퀴시 멜로 인형을 등장시킨 인형극 밈(meme) 틱톡 영상. [틱톡@sushiplushiebts]

스퀴시 멜로 인형을 등장시킨 인형극 밈(meme) 틱톡 영상. [틱톡@sushiplushiebts]

 

해시태그 2. #Covid #Lonly 

그런데 말입니다. 다 큰 어른들은 도대체 왜 이 인형에 마음을 빼앗긴 걸까요? 스퀴시 멜로에 따라붙는 '코로나' 그리고 '외로움'이란 해시태그에 답이 있습니다. 
 
스퀴시 멜로 애호가들에 따르면 '덕질'에 빠져드는 순서는 보통 이렇습니다. 
“우연히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안정감을 느꼈다→자꾸 손이 간다→다른 캐릭터를 찾아봤다→점점 빠져들었다.”
 
[틱톡 @kieramarie.xx]

[틱톡 @kieramarie.xx]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19도 한 몫 거들고 나섰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에 사람과의 접촉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 스퀴시 멜로만의 장점인 ‘쫀쫀·말랑말랑·푹신함’이 빛을 발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속 외로움과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은 스퀴시 멜로를 껴안으며 안정감을 얻었고, 장난감에 열광하는 어른, ‘어른이’(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로 변모한 겁니다.
미 대학생 레베카 브라운(21)이 수집한 스퀴시 멜로 인형들. [사진=레베카 브라운@squishadorbs]

미 대학생 레베카 브라운(21)이 수집한 스퀴시 멜로 인형들. [사진=레베카 브라운@squishadorbs]

 
지난해 9월 엄마에게 스퀴시 멜로를 선물 받은 뒤 40개 이상을 모았다는 디애나 슈워츠(20)는 “나도 왜 이 인형에 빠져드는지 설명을 못 하겠다. 어른인 내가 인형에 열광하는 모습이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인형의 부드러움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시태그3. #squishtok #squishmellowhaul #squishmellowhunter

하니만 이런 개인적 만족감만으로 지금의 열기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애호가'들은 곧이어 자신이 모은 스퀴시 멜로를 SNS에 자랑하고, 정보를 나누고, 새로운 놀이와 소통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스퀴시 멜로를 이용한 밈(meme·온라인 패러디물)까지 등장했죠. 그렇게 파생된 해시태그가 #squishmellowhunter, #squishtok #squishmellowhaul 입니다. 
스퀴시 멜로 '애호가'가 인형 탑쌓기에 도전하고 있다. [틱톡@imdatingfrog]

스퀴시 멜로 '애호가'가 인형 탑쌓기에 도전하고 있다. [틱톡@imdatingfrog]

 
대표적 밈이 스퀴시 멜로 탑 쌓기입니다.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 백개의 인형을 모아 침대 위에 탑처럼 쌓아 올리는 겁니다. 방 하나를 스퀴시 멜로 인형으로 가득 채우고 나면 쾌감을 느낀다고 하네요. 
 
대학생 레베카 브라운(21)은 최근 스퀴시 멜로 325개 모으기에 성공했습니다. 브라운은 봉쇄 기간 줌(Zoom)으로 진행된 수업 시간마다 인형을 카메라 앞에 세워놔 화제가 됐습니다. 덕분에 학교 내 스퀴시 멜로 동호회까지 만들어졌고요. 비록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스퀴시 멜로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매일 소통했다고 합니다.  
 
희귀한 인형을 찾아 매장을 활보하는 스퀴시 멜로 헌터도 등장합니다. 출시 당시 8종에 불과했던 인형은 현재 800종까지 다양해졌는데요. 헌터들은 지역 곳곳 장난감 매장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모양의 인형을 '득템'한 사연을 SNS를 통해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상 열기'에 뉴욕타임스(NYT)는 얼마 전 이런 논평을 내놨다고 하네요. 
 
 “코로나19로 인한 슬픔, 고립, 불확실성이 이 작은 장난감의 팬덤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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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석경민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