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 릴레이 무력시위에…미 대북 정책 강경으로 기우나

중앙선데이 2021.03.27 00:23 729호 3면 지면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기폭제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잠잠했던 양국 관계가 북한의 도발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 초반부터 북·미 힘겨루기
미, 점진적 압박 구상 차질 불가피
“저강도 탐색전 양상 유지” 관측도

북, 몸값 올리려고 도발 이어갈 듯
김정은 참관 안 해 수위 조절 의도

바이든 대통령도 즉각 반응했다. 25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면서다. 미 정부는 후속 조치로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미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미국에 대해 밝힌 ‘강대강 선대선’ 원칙과 미국의 ‘상응한 대응’의 충돌이 가시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계속할 경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리뷰가 보다 강경한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대북 정책의 중심으로 내세워 북한을 점진적으로 압박하려는 계획을 구상했는데 이 구상이 북한의 도발로 일정 부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활용한 ‘저강도’ 수준이고 바이든 대통령도 “(대북) 외교에 대한 준비도 돼 있다”고 언급한 만큼 당장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아직까지는 양국 간 탐색전 양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미가 아직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협상도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미국의 대북 원칙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지난 25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지난 25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장면. [연합뉴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경우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새로울 게 없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도발한다면 미국도 북한을 마냥 느긋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대화와 제재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북한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미 정부 출범 초기에 벌여왔던 군사적 도발과 위기 고조 방식을 이번에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미 대화 회의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미국의 접촉 시도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직접 참관하지 않고 평양시내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 주택 단지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시험 발사는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대신 참관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이 경제 건설과 국방력 강화를 병행해 추진하되 올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성과 도출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면서도 지나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북·미가 물밑에서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