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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유튜브 레슨 무작정 따라하면 낭패 볼 수도

중앙선데이 2021.03.27 00:21 729호 24면 지면보기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1984년 10월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친 후 브루스 리츠케에게 그의 캐디가 “오프시즌 몇 달 동안 뭐하면서 지낼 거냐”고 물었다. 리츠케는 “공 치는 것 말고는 뭐든지 다 할 것”이라고 했고 “클럽을 만지지도 않을 거니까 캐디백 안에 젖은 수건이나 음식물 등을 다 빼라”고 했다.

아마 골퍼들 새 시즌 준비 어떻게
스윙·퍼트 기준 사람마다 달라
동영상 폼 아닌 느낌만 따라해야
기본기·원리 명심하고 연습 필요

 
캐디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리츠케의 드라이버 헤드커버 안에 바나나를 하나 넣어뒀다. 리츠케가 연습을 한다면 바나나를 발견할 테고 화가 나서 “이게 왜 여기 있느냐”고 전화를 할 거라고 여겼다.

 
이듬해 2월 첫 대회에서 캐디가 가방을 열어봤을 때 헤드커버 안에서는 시꺼멓게 말라비틀어지고 곰팡이가 핀 바나나가 나왔다. 당시 드라이버 헤드는 나무 재질이어서 냄새가 가시지 않아 버려야 했다. 캐디는 이후 “연습을 안 한다”는 보스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새로운 얘기를 들을 때는 기본기와 함께, 원리까지 생각하며 연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유튜브에서 새로운 얘기를 들을 때는 기본기와 함께, 원리까지 생각하며 연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골프 시즌이 왔다. 목련이 피고 마스터스 뉴스가 나오면 골퍼들은 새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맘때면 나오는 얘기가 있다. 작년과 달라진 클럽별 거리를 확인한다. 녹슨 클럽은 기름으로 잘 닦아라, 그립은 미지근한 물로 닦은 후 그늘에서 말려라. 단조 아이언은 재질이 물러 페이스가 변형되거나 로프트, 라이각이 변했을 수도 있으니 점검을 받아라 등이다.

 
그러나 요즘은 캐디백 안에 바나나가 썩을 정도로 겨울에 골프를 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외 연습장에는 히터를 켜고, 실내 연습장도 많으며 스크린 골프장도 성업하고 있다. 골프 클럽이 겨울에도 쉴 일이 별로 없다. 지난겨울에도 열심히 칼을 간 골퍼가 상당수다. 겨우내 치워두기에 골프는 너무 어렵고 너무 재미있다.

 
리츠케는 특별한 경우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데다 5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의 하이 페이드 드라이브샷은 매우 정교해서 대여섯개를 쳐도 탄착점이 이불 하나 크기였다고 한다. 거리도 정상급이었다. 게을러도 되는 천재였으며 욕심도 적었다. 리츠케는 “발전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작년 그대로만 스윙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연습도 안 했지만 대회 출전도 많지 않았다. 디 오픈과 US오픈은 출전 자격이 있는데도 별로 안 나갔다. 디 오픈은 영국이라 너무 멀고, US오픈은 그린이 너무 딱딱해서 자신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가족들과 긴 여름 휴가를 즐기고, 아들 야구팀의 코치를 하고, 낚시 여행을 떠나고, 집에 빈티지 머슬카 11대를 넣을 수 있는 차고를 만들 정도로 취미를 즐겼다.

 
90년대 투어 선수들은 “리츠케는 (골프를 좋아하는)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 라운드를 덜 한다”라는 팩트에 근거한 농담을 하곤 했다. 그의 첫 우승은 1977년이고 마지막 우승은 1994년이었다. 당시는 선수 생명이 길지 않아 17년간 우승을 하는 선수는 별로 없었다. 연습을 별로 하지 않아서 큰 부상 없이 롱런한 것 아닌가 싶다. 시니어 투어에서도 7승을 했다.

 
아무나 리츠케처럼 여유 부리고 사는 건 아니다. 벤 호건은 “연습할 수 있는 해가 너무 짧다”며 겨울을 싫어했다.

 
어쨌든, 첫 라운드를 앞두고 뭔가 준비해야 한다. 요즘 장비는 좋아져서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그립과 신발, 장갑은 중요한 소모품이니 꼭 봄이 아니라도 잘 챙겨야 한다.

 
가장 중요한 새 시즌 준비는 스윙 점검이다. 요즘 유튜브 시대라 더 그렇다. 족집게 유튜브 선생님의 레슨을 보고 스윙을 교정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됐다는 사람도 있지만, 더 혼란에 빠졌다는 골퍼도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임진한 프로는 “SNS 기반 프로들은 구독자를 늘려야 하므로 계속 화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얘기가 귀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골프를 망치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직접 대면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임 프로는 “유튜브 레슨은 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만 따라 해야 한다. 바깥으로 빼라고 하는데 바깥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면 힘들어진다. 퍼트할 때 손목 쓰지 말라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몸이 유연하지 않은 아마추어들은 뒤땅치기 십상”이라고 했다.

 
과학으로 스윙의 기술을 푸는 기어스코리아 국두홍 대표는 “스윙을 할 때 꼭 해야 하는 것이 있고, 결과적으로 되어야 하지만 일부러 하면 안 되는 동작이 있다. 예를 들어 다운스윙 시작 때 클럽이 떨어지는 샬로잉은 회전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되는 동작이다. 일부러 하면 단기적으로 잘되기도 하지만 컨디션에 따라 일관성이 떨어지고 압박감 속에 큰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어느 날은 아주 잘 맞고, 그다음 날엔 안 맞으면 제대로 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유튜브에서 뭔가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를 들을 때 거기에 완전히 매몰되지 말고 항상 기본기와 함께, 원리까지 생각해보며 연습해야 한다.” 룩앳더볼 골프 아카데미 한민규 프로의 조언이다. 기초공사가 덜된 아마추어 골퍼들이 명심해야 할 얘기다.

 
메이저 18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는 시즌을 앞두면 어릴 때부터 배운 스윙 코치에게 그립, 정렬, 스탠스, 세트업 등 기본기를 점검했다고 한다. 올해는 썩은 바나나 슬라이스와 이별하시길.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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