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트롱맨의 합법 가장한 독재, 국가 막장으로 이끈다

중앙선데이 2021.03.27 00:21 729호 31면 지면보기

콩글리시 인문학

스트롱맨

스트롱맨

스트롱맨(strongman) 시대가 저문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사망한 지 오래고 지난해 일본의 아베가 신병으로 사임한 데 이어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도 새해 들어 권좌에서 물러났다.
 

환심 사기 정치에 나라 재정 거덜
의회는 거수기 전락, 법치 무너져

그러나 아직껏 에도르안의 터키,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투테르테의 필리핀 등 비민주적 국가는 물론이고 민주체제를 갖춘 나라에도 스트롱맨은 존재한다. 푸틴 대통령은 현대판 러시아 차르로서 20년 넘게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두 번에 걸쳐 대통령을 연임한 뒤 3연임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측근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스스로 실세총리를 맡은 뒤에 다시 대통령이 됐다. 북한 3대 세습은 왕조시대가 아니고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bossism (보스 1인 체제의 독재) 통치다.
 
이처럼 스트롱맨은 독재자나 철권통치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물론 스트롱맨의 일차적인 뜻은 힘센 사람, 즉 장사(壯士)를 가리킨다. TV 프로그램에 천하장사를 뽑는 UK Strongest Man이란 게 있다. 전국에서 가장 힘센 선수들이 출전하여 2.5t 자동차 잡아끌기, 무거운 돌 들고 멀리 가기, 자동차 두 대를 양손으로 잡아 버티기 등을 겨루는 장사선발대회다. 여기서 스트롱맨이 협박(threats), 힘(force), 폭력(violence)을 행사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독재자를 칭하게 됐다.
 
군부 쿠데타 세력이든 선출된 권력이든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은 모두 독재다. 독재 통치 십계명을 살펴보자.
 
첫째, 국민을 가축이나 노예로 삼고 있다. 한때 국민을 개, 돼지라고 부른 공무원이 있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가재, 붕어, 개구리다. 감사원장을 향해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 지키라고 했더니 자기가 주인 행세를 한다고 질책했다.
 
둘째, 경제를 사유화한다. 나라 재정은 거덜이 나든 말든 환심 사기 위해 돈 뿌리는 데 열심이다. 언젠가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양식을 쌓아 두면 썩는다고 했던가! 지난 2월 19일 대통령은 코로나가 진정되면 ‘으쌰으쌰’ 하라고 국민 사기 진작 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당선되면 전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1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국고를 쌈짓돈 쓰듯 한다.
 
셋째, 의회는 거수기가 되어 통법부(通法部)로 전락한다. 사법부도 독립된 부(府)가 아니라 행정부 소속의 부(部)처럼 된다.
 
넷째, 사법과 경찰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지금 정부의 검찰과 사법 개혁 역시 이들을 권력의 시녀로 삼겠다는 저의가 드러났다.
 
다섯째, 언론을 관제화한다. 가짜 뉴스를 바로잡는다는 미명하에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여섯째, 교육은 국민에게 왜곡된 국가관을 주입시킨다.
 
일곱째,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어용학자를 양성한다.
 
그 밖에 정보를 통제해서 불리한 내용은 철저히 숨기고, 군대는 사병화하고 (혹은 약화시키고), 문화적 통제를 강화한다.
 
이렇게 법치와 국가 운영시스템이 무너지면 국가는 막장에 다다른다. 합법을 가장한 독재를 연성(軟性)파시즘이라고 부른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