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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中부터 간다…블링컨 방한때 이미 한중회담 준비

중앙일보 2021.03.26 16:43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방중이 성사된다면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미국과는 지난 18일 외교국방(2+2) 장관 회의를 가졌지만 이 때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방중이 성사된다면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미국과는 지난 18일 외교국방(2+2) 장관 회의를 가졌지만 이 때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 예정이다.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25일러시아와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이은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본격화하는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관리 외교'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정 장관 이르면 다음주 방중
취임 후 첫 방문국 중국 될 듯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된다면 정 장관은 미국에 앞서 중국을 먼저 방문하게 된다. 지금껏 대부분의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미·일·중 등 주변국을 방문해 고위급 외교를 펼쳤지만, 첫 순서로 중국을 방문한 경우는 손에 꼽는다. 전임 강경화 장관의 경우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 수행차 미국을 방문했고, 그로부터 약 5개월 후인 11월 방중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역시 취임 한 달만인 2013년 4월 미국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연 뒤 중국을 방문했다.
 

미·중 '동시관리' 나서나 

2019년 12월 정의용(왼쪽)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시절 문재인 대통련 접견차 청와대를 찾은 왕이(가운데) 중국 외교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12월 정의용(왼쪽)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시절 문재인 대통련 접견차 청와대를 찾은 왕이(가운데) 중국 외교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외교부 당국자는 정 장관의 방중 계기와 관련 “지난 2월 정의용 장관 취임차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를 했고, 당시 중국 측에서 정 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의 방중과 관련 한·중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 후 본격적인 방중 논의는 지난주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맞이하던 시점에 이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준비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동시관리' 외교에 나서는 건 미·중이 앞다퉈 주변국과 동맹국을 포섭하며 본격적인 패권 경쟁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25일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 장관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핵심 목표로 설정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정 장관 측에서 중국 방문에 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고 들었다”며 “다만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 등을 지켜본 중국 내부에선 ‘미·중 사이에서 최소 중립은 지켜달라’는 요구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며 다소 협의가 늦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중 '세 규합' 경쟁 속 韓 외교 시험대

외교부는 중국측의 초청으로 정의용 장관의 방중 관련 협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구상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측의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중국측의 초청으로 정의용 장관의 방중 관련 협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구상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측의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앞서 중국이 먼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제의한 것은 미국이 동맹을 활용해 사실상의 '반중 연대'를 꾸리는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한국 외에도 필리핀·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비슷한 시기에 초청해 연쇄적으로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사실상 공식화한 미국에 맞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고 평가받는 국가들을 규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16일 미·일 외교·국방(2+2) 장관 회의에서 양국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견제의 뜻을 분명히 했다. 회의 후 채택된 미·일 공동성명엔 “기존의 국제질서와 배치되는 중국의 행동이 동맹과 국제사회에 정치적·경제적·군사적·기술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정책을 대부분 폐기하면서도 중국 견제용 안보 협의체로 평가받는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만은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엔 첫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인도·태평양을 중심축으로 한 중국 견제 구상을 공식화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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