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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팬티남 논쟁'도 벌어졌다, 헐벗은 그가 전과 안남은 이유

중앙일보 2021.03.26 11:30
지난달 19·26일과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박모씨가 CCTV에 찍힌 모습. 박씨는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입은 채 편의점에 들어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이동해 알바생에게 공연음란 행위를 했다. 편의점 제공

지난달 19·26일과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박모씨가 CCTV에 찍힌 모습. 박씨는 여성 속옷과 짧은 치마, 스타킹 등을 입은 채 편의점에 들어와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로 이동해 알바생에게 공연음란 행위를 했다. 편의점 제공

①편의점 노출남 =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 30대 남성이 3개월간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노출을 일삼다가 체포됐다. 그는 여성 속옷을 입은 채로 여성 알바생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 
②티팬티남 = 지난 18일 부산 수영구의 한 커피전문점. 검은색 티(T) 팬티를 입고 엉덩이를 노출한 남성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추적하는 동시에 적용할 법률을 검토 중이다. - 
③버스 음란행위남 = 지난 20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에서 뒷좌석. 좌석에 앉아 음란행위를 하던 40대 남성이 버스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전국 각지의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불쾌한’ 사건들이다. 과도한 노출과 음란행위 등을 한 남성들의 범죄가 한편으론 어이없고 기묘하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 역시 간단치 않다. 위 사건들엔 어떤 혐의가 적용됐을까.
 
현장에서 체포된 ①‘편의점 노출남’은 공연음란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에겐 동종 범죄의 전과가 있었다. ②‘티팬티남’은 경찰이 공연음란죄 또는 과다노출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③‘버스 음란행위남’은 경찰이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때론 유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하고, 경범죄에 해당하는 과다노출죄가 적용돼 벌금 1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기도 한다. 현행 법률이 규정한 ‘음란한 행위’나 ‘불쾌감’ 등의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법률가들의 지적이다.
 

공연음란죄와 과다노출죄 적용 논란

한 남성이 대낮 엉덩이가 거의 드러나는 하의를 입은 상태로 충주 도심가를 활보했다. [충주 한 시민의 SNS계정=뉴스1]

한 남성이 대낮 엉덩이가 거의 드러나는 하의를 입은 상태로 충주 도심가를 활보했다. [충주 한 시민의 SNS계정=뉴스1]

불특정 다수를 향해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거나 음란행위를 일삼는 ‘바바리맨’이나 과도한 노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이른바 ‘하의실종남’ 등은 공연음란죄나 과다노출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사람’은 형법상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 반면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줄 경우’는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죄에 해당한다.  
 
박세훈 변호사는 “처벌 법규상 추상적인 용어로 규정되어 법관의 해석이 불가피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명백히 공연음란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 음란행위가 동반된 행위 등 외에는 경찰 입건 단계는 물론 검사 처분 단계에서도 조금은 불분명한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티팬티 논쟁’ 부른 과다노출 사건도

바바리맨. [중앙포토]

바바리맨. [중앙포토]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다. 전과 기록도 남는다. 반면, 경범죄에 해당하는 과다노출죄가 적용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부다. 즉결심판에 회부될 경우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속옷 차림의 한 남성이 충북 충주와 강원도 원주의 한 커피전문점을 연이어 방문하다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공연음란죄를 검토했다. 그러나, 남성이 입었던 하의가 ‘티팬티’가 아닌 ‘짧은 핫팬츠’로 조사되자 과다노출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처벌 수위가 약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티팬티 논쟁’이 일기도 했다.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빛)는 “재판부는 결국 공소가 제기된 범죄행위에 대해 판단한다. 어떤 노출행위가 있을 때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의 범죄혐의 중 무엇을 적용할지는 수사단계에서 일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단순한 노출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의 과다노출죄를 적용하고, 음란행위가 동반된 신체 노출은 형법상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치심 유발 입증돼야 공연음란 유죄

음란행위에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광주 동구의 한 도로에서 불특정 다수가 있는 가운데 속옷까지 벗고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음란행위를 해 50대 남성 A씨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여성 2명이 목격했다는 취지의 경찰 수사 보고서가 있지만, 이들이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넘어 어떤 자극이나 느낌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A씨의 행위에 음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채민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일로)는 “공연음란죄는 ‘공연성’이 있는지와 ‘음란한 행위’의 존재 여부가 복합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며 “음란한 행위에 대해 피해자나 제3자가 봤을 때 성적수치심을 유발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지만, 추상적이고 주관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의 기소 여부나 재판부의 판결이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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