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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SK 가습기 살균제 성분, DNA 바꿀수 있다"

중앙일보 2021.03.26 05:00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일대에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일대에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 인체 유전자(DNA)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연구팀과 강정원 고려대 화학생명공학과 연구팀은 CMIT/MIT를 포함한 7종의 소독제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을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과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CMIT/MIT의 복합성분(케톤)이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특히 CMIT/MIT의 복합성분(케톤)을 처리한 세포에서는 진핵세포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미토콘드리아)이 손상되거나 핵이 깨지는 모습(핵분열)이 관찰됐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국내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국내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은정 교수는 “유전물질인 DNA를 담고 있는 세포핵에서 핵분열이 발생했다는 것은 CMIT/MIT가 DNA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전자 손상으로 폐섬유증이 아닌 다른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PHMG가 유발할 수 있는 폐섬유증이 단기간에 확인되는 질병이라면, CMIT/MIT는 보다 장기간에 걸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추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 1월 12일 ‘가습기메이트’ 등 제품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과 이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이마트에 무죄를 선고했다. 옥시 제품 등의 원료는 PHMG, SK케미칼·애경산업 제품 등의 원료는 CMIT/MIT였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독성 실험 결과 PHMG는 명백하게 유해 결론이 나왔지만, CMIT/MIT는 폐질환 등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PHMG와 달리, CMIT/MIT 성분과 폐질환·천식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재판 중에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 측은 “이번 논문은 기술적인 부분이 복잡하고 실험 조건·방법에 따라 타당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독성학 및 응용약리학’ 최신호에 실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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