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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대학은 중퇴…네이버 최연소 임원이 말하는 '개발자란'

중앙일보 2021.03.26 05:00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클로바 사무실에서 만난 정민영 기술 분야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클로바 사무실에서 만난 정민영 기술 분야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사설 코딩학원 수료생이 쏟아진 지 수년째인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쓸 만한 개발자가 없다며 연봉 인상 경쟁이 한창이다. 대체 개발자란 무엇이며, ‘잘하는 개발자’의 정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네이버의 최연소 개발자 임원을 만나 물었다. 네이버 연구개발(R&D)의 정점인 인공지능(AI) 조직 클로바의 정민영(35) 기술 리더다. 19세에 현업에 입문했고 최종 학력은 고졸. 한양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했다. 지금은 네이버에 90여 명뿐인 임원 '책임리더' 중 한 명이다.
 
그는 개발자의 능력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풀어가는 힘”이며, 성장을 위한 덕목은 “자신의 코드나 지식을 공개하고 소통하는 작은 용기”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클로바에서 무슨 일을 하나
“AI 기술이 잘 개발되도록 머신러닝용 플랫폼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AI 기술을 적용한 응용서비스를 만든다. 뉴스나 쇼핑, 라인 등 네이버의 다양한 사업분야에 적용된다.”
 
AI를 전공한 게 아닌데
“우수한 엔지니어와 우수한 AI 전문가가 만나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나는 엔지니어링 부분을 채운다.”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AI를 쇼핑·동영상 같은 서비스에 적용할 때 ‘이걸 AI로 해주세요’라고 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서비스 담당자와 이야기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우리의 AI기술 중 무엇으로 이를 해결할지 판단한다. 이때 기술에만 집착하지 말고, 서비스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AI 조직이지만, AI가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얼마 전 AI 콜상담 예약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AI 챗봇이 전부 답한다고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 어떤 질문은 AI가 답하지 않고 인간 상담사에게 빨리 연결하는 게 낫다. AI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니까. 그런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학위 vs 실무

정 책임리더는 대학에 10년간(2005~2015) 적을 뒀지만, 학위는 없다. 그 기간 스타트업에서 블로그 서비스 '미투데이', 음악 앱 '비트' 같은 굵직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실력은 어떻게 쌓았나?
“초등 2학년 때 컴퓨터를 접했는데 재미있어서, 10살 때부터 PC 통신 동호회를 했다. 유명한 실력자들도 많았고, 자신이 아는 걸 공짜로 알리지 못해 안달인 곳이었다. 정보와 자극을 모두 받았다. 빚진 마음이라, 커서도 각종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적극 활동했다.”
 
왜 대학을 자퇴했나?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없었다. 미투데이가 한창 성장할 때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내게 자동 문자가 오게 했는데, 중간고사 보는 중에 진동이 울렸다. 시험 중이라 휴대폰을 꺼내볼 수 없었지만 ‘보나마나 서버다’ 싶어서 시험을 접고 나왔다. 대개 이런 식이었고, 휴학이 더는 불가능했을 때 자퇴했다.”
 
가족이 안 말렸나?
“대학도 안 가려다 간 거라서, 가족들은 입학이라도 한 게 어디냐 했다.”
 
학업에 아쉬움은 없나? 
“전공 수업은 대부분 독학으로 아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과학사나 철학사, 특허법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전공 공부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OS)같은 지식도 알아야 한다.”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클로바 사무실에서 만난 정민영 기술 분야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클로바 사무실에서 만난 정민영 기술 분야 책임리더. 사진 네이버

개발자, 타고난다 vs 키워진다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재능 있는 사람은 보통 하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 잘한다. 그들이 ‘개발자’를 택하느냐가 관건이다. 개발자의 성공 사례가 많아야, 좋은 자질을 갖춘 이들이 이 분야로 온다. 예를 들어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성공 말이다.”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어려서부터 컴퓨터 해야 하나.
“나 같은 사례가 정답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추상적 개념을 잘 다뤄야 한다. 현실의 문제를 잘 모델링해서 기술로 푸는, 추상화와 구체화를 오가는 능력. 개발자에게 수학 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개발자의 일상 업무에서 미적분이 얼마나 쓰이겠나? 그러나 정규 교육과정에서 추상적·논리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과목이 수학이다.”
 

엔지니어 vs 매니저  

그의 네이버 생활은 2회차다. 2009년 네이버가 미투데이를 인수해 합류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스타트업계로 돌아갔고, 이후 비트를 만들었다가 2016년 말 적자로 폐업하자 네이버에 재입사했다. 네이버 AI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초 임원이 됐다.



임원이 되고 달라진 점은?
“스스로는 여전히 실무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에는 좋은 제품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팀이 일을 잘하는 구조에 대한 고민을 추가로 한다.”
 
한국 개발자의 업무 수명이 짧다고들 많이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개발자’라는 모델을 처음 만든 게 1980년대 중반 학번인데, 지금 그분들이 나와 같이 일한다. 내 또래도 노력한다면 30년 뒤에 현업을 못할 이유가 없다. 기술에도 맥락이 있고, 없던 기술이 하루아침에 튀어나오는 건 아니니까.”  
 
개발 실무 몇 년 하고 관리자로 굳어지지 않나?
“클로바에는 20년 넘는 현업 개발자도 많다. 시니어는 독보적인 기술로 기여하고, 남들이 못 푸는 문제를 풀면 된다. 외국 IT기업에는 그런 모델이 정착됐다. ‘한국에선 안돼’라고 말하기보다는 나를 포함한 이 세대가 만들어야 한다.”
 
어떤 개발자와 일하고 싶은가?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이 클로바에 오면 재미있게 일할 것 같다. 기술은 일하기 위한 준비고, 진짜 일은 사회 문제 해결이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개발자에게 클로바는 좋은 조직이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네이버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고, 직원들 보상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설명했을 정도다. 개발자들은 당장의 보상은 물론, 성장할 기회도 얻길 원한다. ‘회사에 대한 헌신’만 하진 않겠다는 것.


네이버는 사람을 성장시키나?
“신입직원과 면담하면 ‘개발자가 잘되는 모습이 있나요?’라고 묻더라. 그런데 이 회사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은 기회를 준다는 거다. 하려는 게 있고,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 계속 기회를 받고 역할이 커져 임원도 된다. ‘그게 이 회사의 힘인가?’ 싶기도 하다.”
 
임원으로서 구성원들 성장은 어떻게 돕나?
“대개 주니어 개발자들은 깊은 기술을 파기 원하고, 시니어 급은 규모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같은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다행히 클로바는 업무가 매우 다양해, 필요에 맞게 권할 수 있다. ‘공부 따로, 업무 따로’는 안 믿는다. 직장인의 자기 계발은 업무에 직결돼 있다.” 
 
스스로는 발전하고 있나?  
“스타트업 CTO 때와는 규모가 다른 조직을 이끌고 일한다. 이 자체가 도전이다. 임원 되는 것만 개발자의 성장은 아니지만, 임팩트 있는 일을 하려면 결국 규모를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쿠팡·토스도 굉장히 큰 규모로 가지 않나.” 
 

네이버 경영진은 “개발자 모시기가 가장 어렵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세계의 인재를 빨아들이는 데다, 쿠팡·배달의민족 등 ‘탈 한국’급 기업도 속속 나온다. 능력 있는 개발자의 선택지는 점점 늘어난다.
 
네이버의 개발 문화를 정의한다면.
“책임과 장인정신. 스타트업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한 번 제대로 움직이면 훨씬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일해보고 싶은 회사는 없나.
“지인과 동료가 페이스북·구글·애플·아마존에 많이 있다. 그런데 회사가 너무 커서, 개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더라.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개발자 성취감의 원천인데 거기서 멀어질 수도 있다.”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나?
“나 같은 사람은 일도 휴식도 노는 것도 다 이거(컴퓨터)다. 운동은 해야 하는데….”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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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심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