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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12년전 버렸는데…그걸 붙들고 있는 文국방개혁 2.0 [김민석의 Mr.밀리터리]

중앙일보 2021.03.26 00:35 종합 23면 지면보기
미국 육군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전투병과 인간 전투병이 함께 작전하는 가상 이미지[미 육군]

미국 육군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전투병과 인간 전투병이 함께 작전하는 가상 이미지[미 육군]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국방개혁 2.0이 예산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국방개혁 2.0은 2000년 초반 미국의 국방개혁을 벤치마킹해 수립한 것이지만, 미 국방부는 2009년 이미 폐기했다. 신기술이 혁신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다 러시아와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무장하고 있어서다. 기존 전투방식으로는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4차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로 군대를 재편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군은 올드 패션의 한밤중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방개혁 평가회의에서 전체 목표의 72%, 전력증강은 85% 달성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보다 강한 전투력에는 과잉 투자하고, 핵과 미사일처럼 대응이 어려운 분야는 소홀히 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복 투자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개혁 마인드도 찾기 힘들다. 최근 연이어 전방 철책과 해안이 뚫린 것이나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군, 미군 국방개혁 벤치마킹
미국은 이미 폐기후 AI·로봇 전환
'스마트' 구호뿐 근력만 비대해져
4차산업 기술 활용한 개혁 시급

  
국방개혁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다. 그땐 신선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이 추진했던 국방변환(Defense Transformation)을 본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방개혁 기간을 변경하며 개선했다. 
 
과거 정부와 큰 차이 없는 문재인 국방개혁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구분하기 위해 ‘국방개혁 2.0’이라고 명칭을 붙였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과거 정부와 차이가 없다. 화력과 기동력 위주로 근력만 키우는 재래식 국방개혁이어서다. 부대구조를 현대전에 맞게 바꾼다든지 육ㆍ해ㆍ공군을 통합해보는 등 혁신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군의 부대구조나 전술은 한국전쟁(1950년) 때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심지어 북한조차 부대구조를 수없이 바꾸고 전술을 개량한 것과 비교된다. 현재 우리 군은 돈도 많이 들고, 병력 절감도 어려운 비효율적인 체제다.  
국방부는 2017년 61만 8000명이던 병력을 2022년엔 50만명으로, 장성은 436명에서 360명으로 축소하는 게 국방개혁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병력 감축은 출산율 급감 등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21개월이던 군 복무기간을 선거 때 18개월로 줄이면서 병력 부족을 자초한 면도 있다. 장성 축소가 국방개혁의 본질도 아니다. 병력이 적으니 군단과 사단을 줄일 수밖에 없다. 사단 6개가 없어진다. 대신 국방부는 K2 전차와 신형 미사일 등을 대폭 증강했다. 또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도입, 3000t급 잠수함과 새로운 함정 건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남ㆍ북한군의 재래식 전투력의 격차는 철기와 청동기 수준이다. 우리 군이 철기군이라면 북한군은 청동무기다. 이런 차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증명됐다. 당시 이라크군은 현재 북한군보다 최신 무기를 보유했지만, 명중률과 치명성이 큰 첨단무기에 기동력과 정보를 가진 미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남ㆍ북의 재래식 무기 격차의 대표적인 게 전차다. 북한군 전차는 대부분 구소련제 T-계열로 우리 전차보다 몇 수 아래다. 
북한군 신형 전차인 천마호나 폭풍호는 육군 K1A1이나 K2 전차에 열세다. 북한군이 보유한 대전차 미사일 불새의 장갑 관통력은 50㎝다. 전면 장갑 방호력이 70㎝ 이상인 육군 K1A1과 K2 전차를 뚫을 수 없다. 더구나 한정된 도로에 축차적으로 투입되는 북한군 전차는 육군 공격헬기와 공군 전투기의 공격에 고양이 앞의 쥐 신세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이명박 정부 때 대폭 삭감한 K2 전차 물량을 다시 늘리고 있다. 더구나 북한 전투기가 개전 초반에 제거되고 나면 북한군 전차는 한ㆍ미 공군력의 공중 공격에 이동조차 어렵다. 
북한군 포병도 비슷하다. 수도권 전방에 장사정포 300여문이 갱도 속에 배치돼 있지만, 전시에 공군 전투기와 육군 미사일로 며칠이면 제거할 수 있다. 갱도 입구를 파괴하면 그만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열압력탄을 투하하면 장사정포 갱도 속이 불바다가 된다. 나머지 야포들도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봤듯이 육군 K-9과 K-55보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북한군 야포(방사포 포함)가 우리 군보다 2배가량 많지만, 전방에 한꺼번에 투입할 수 있는 수량은 일부다. 북한이 최근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경제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 전쟁에 필요한 대규모 물량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해ㆍ공군은 어떤가. 북한 해군 함정은 대부분 소형이다. 가장 큰 함정인 나진급(1500t)은 2척뿐이다. 우리 해군은 고속함 검독수리(400t)부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50t)까지 모두 북한 함정을 압도한다. 우리 함정은 크기도 크지만 함포가 자동화돼 있고 미사일까지 장착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북한 함정은 1주일을 버티지 못한다. 물론 북한 잠수함(정) 70여척은 문제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은 작전기간이 짧고 모 기지가 파괴되면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공군 격차는 더 크다. 북한 전투기는 대수는 많지만 30년 이상 낡은 것들이다. 우리 전투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사시 3일 정도면 한반도 상공에서 없어진다고 한다. 더구나 유사시엔 미군 함정과 전투기까지 대거 들어와 한국을 돕는다.
 
재래식엔 강하고 사이버ㆍ핵엔 약한 한국군
 
문제는 북한의 사이버전력과 대량살상무기인데,이에대한 우리 대비책은 크게 취약하다. 북한의 사이버 전사는 7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유사시 한국 내의 인터넷은 물론, 군 전산망까지도 마비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수년 전 군 전산망을 해킹했는데 비밀자료를 얼마나 훔쳐갔는지 파악도 안 된다. 백도어나 바이러스를 심어놨을 가능성도 있다. 함정이 해킹되면 미사일이 우리 쪽으로 날아올 수도 있고, 지휘부 컴퓨터가 해킹되면 작전이 마비된다. 그런데도 우리 군의 사이버 전투력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핵과 미사일은 더 심각하다. 북한은 ^핵탄두 50∼100개(랜드 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와 ^탄도미사일 1000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도미사일의 추진장치를 액체연료에서 고체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쏘고 도망갈 수 있다. 북한군 탄도미사일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국방부가 구축 중인 킬체인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레이더와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로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북핵에 대해선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 보장이 중요하지만, 북한 핵무기에 미국이 자국민의 희생을 각오하고 북한을 응징해줄지는 의문이다.   
국방개혁 2.0이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군의 문민화, 정치적 중립,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이기는 군대,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한 군대, 비리 차단, 장병 인권 보장, 복무여건 개선”(국방부 동영상)이라고 했다. 군의 체질을 바꿔 전투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러니 국방개혁이 잘 될 리 있을까. 개혁은 병렬식·나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육ㆍ해ㆍ공군은 예산 따기 전쟁이다. 목표가 불분명해지고 체중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전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군사교리의 발전과 미래 국방인력 확보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국방개혁 2.0의 평가와 향후 과제』)
 
미군, 유인전차 1대가 로봇전차 3대 지휘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30년대가 되면 병역자원이 급격히 줄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 군 시스템으로는 40만명도 가까스로 채운다. 국방개혁 2.0 방식으로는 군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미국은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군대를 AI와 로봇으로 무장한다. 유인 전차 또는 장갑차 1대가 로봇전차 3대를 지휘한다. 인간 전투병 1명과 로봇전투병 3개가 한 조를 이뤄 전투하는 식이다. 병력이 대폭 줄고, 위험하고 지루한 작전은 로봇에게 시킨다. 
미군이 로봇군대로 바뀌는데 반해 한국군은 청동기군으로 전락하는 꼴이다. 이렇게 되면 한ㆍ미 연합훈련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2030년까지 러시아군의 30%를 로봇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군을 세계 최대 AI센터로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AI가 탑재된 로봇전투시스템 구축을 위해 군 연구기관과 방산업체, 대학과 IT업체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전투에 로봇이 투입되면 모든 전술과 작전이 바뀐다. AI를 활용한 정보ㆍ작전ㆍ지휘시스템과 일선 전투부대 연동은 필수다. 군병력도 전면 재배치된다. 군대를 재설계해 완전히 개조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구호만 ‘스마트 군’이다. 국방개혁 2.0을 조속히 폐기하고,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군대로 재편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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