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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콘텐트도 한바구니에…‘구독’ 경계가 허물어진다

중앙일보 2021.03.26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지금까지 따로따로 ‘구독’해야 했던 구독 상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구독용 콘텐트를 제공하는 기업 간 제휴가 활발해지면서 이용자가 다양한 구독 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근엔 경쟁사의 콘텐트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한 바구니’에 담아내고 있다.
 

SK 등 경쟁사의 OTT도 서비스
카카오는 렌털·배송 등 연결해
“통신,구독형 마케팅으로 진화”
“빅테크 대부분 구독 모델로 커”

상호 보완부터 ‘적과의 동침’까지
 
SK텔레콤은 웅진씽크빅과 손잡고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용 콘텐트인 ‘웅진스마트올’ 상품을 구독하면 통신비 할인이나 데이터 혜택을 준다.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가 SKT 공식인증 대리점을 통해 웅진스마트올에 가입하면 어린이 통신비를 매달 1만9800원씩 1년간 지원해준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이동통신·인터넷TV(PTV)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카카오VX가 개발한 ‘스마트 홈트(월 2만9700원)’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카카오의 음악 플랫폼 멜론은 독서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와 제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멜론X밀리의 서재 이용권’을 구독하면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두 달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
  
티빙+네이버, 카카오+SKB 다양한 조합
 
이들 회사의 구독 상품이 서로 전문분야를 연결하는 서비스 제휴라면, 라이벌 관계에 있는 기업과 제휴도 늘고 있다. 네이버는 월 4900원에 쇼핑 적립과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을 지급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내놨다.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 중에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경쟁자인 ‘티빙’의 OTT가 포함돼 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SK텔레콤·지상파 3사 연합 OTT인 ‘웨이브’의 콘텐트와 별도로 카카오TV의 콘텐트를 독점 공개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차별화한 독점 콘텐트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 확장을 통해 콘텐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예 여러 곳의 구독 서비스를 중개하는 곳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렌털(대여)·정기배송 등 여러 회사의 구독 서비스를 연결해준다. 렌털 상품을 이용하고 싶은 고객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해당 기업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위니아에이드의 딤채 김치냉장고를 비롯해 바디프랜드·위닉스·한샘·청호나이스 등 29개 회사의 가전·가구 등을 대여해주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제휴 영역이 확대되면서 융합형 구독 상품이 쏟아질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동통신 사업의 비전은 구독형 마케팅 회사로의 진화”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현재 교육·렌털·여행 등과 연계한 구독형 상품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 온라인 쇼핑까지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쇼핑·여행·항공과도 결합 추진
 
네이버는 올해 안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600만 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쓸 수 있는 패밀리 멤버십, 엄마·학생·사업자 멤버십 등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 쇼핑을 담당하는 이윤숙 포레스트CIC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애널리스트데이에서 “네이버플러스가 신세계·이마트·항공사·여행사 등의 멤버십과 결합하면 국내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카오는 상반기 내 콘텐트 구독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자가 뉴스·미디어, 음악, 게시글, 동영상 등에 대한 콘텐트를 제작·유통하면 이용자가 해당 콘텐트를 구독하며 창작자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뉴스를 비롯해 브런치(글쓰기 플랫폼)·멜론(음악 플랫폼) 등 카카오 플랫폼 기반의 콘텐트가 대상이지만 외부 플랫폼의 콘텐트를 포함할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혜택 늘리는 서비스 나와야”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나 유튜브(구글)·아마존 등 성공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부분이 구독 모델로 성장했다”며 “구독 상품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꾸준히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가입자 락인(자물쇠)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미국 월마트의 멤버십인 ‘월마트 플러스’는 인근 주유소의 주유비를 할인해 주는 등 소비자 중심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한정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혜택 중심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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