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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딸, 김정은 상대 5000만원 손배소 이겼다

중앙일보 2021.03.26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6·25 전쟁 납북자 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전쟁 중 민간인 납치에 대해 법원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첫 사례다.
 

1심, 전쟁 중 북한 불법행위 인정
지연이자 합치면 배상금 2억원대
한변 “임종석의 경문협에서 줘야”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25일 최모씨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또 “납북된 원고의 부친 실종 시점인 1950년 10월 1일~2021년 1월 27일까지 연 5%, 그 이후부터는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단리로 계산할 경우 1억70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라 최씨는 총 2억원이 넘는 배상을 받게 된 셈이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판결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씨의 청구액 5000만원을 전액 인용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재판부가 그만큼 납북 피해를 위중하게 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국군포로 한재복·노사홍씨가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면서 “북한은 헌법 체계상 국가로 볼 수 없어 대한민국의 재판권 행사가 가능하다. 북한의 불법행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씨 등은 6·25 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상임대표는 “최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기 위해 국내 소재 북측 채권으로 볼 수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의 저작권료에 대해 채권 추심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경문협은 북한과 계약을 맺고 국내 방송사들로부터 조선중앙TV 등 북한 저작물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대신 걷은 뒤 북한에 송금해왔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대북 송금이 중단된 이후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한씨 등 국군포로들에게 승소 판결을 한 직후 경문협에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북한과 김 위원장이 경문협에서 받아야 할 채권 1억9252만원 상당을 압류한다. 경문협은 김 위원장에게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하지만 경문협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한씨 등은 경문협을 상대로 8599만원의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경문협 측은 “북한 정부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중앙TV 등 당사자에게 지급할 채권이라 추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유정·이수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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