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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은 애교 수준? 중국 자본에 먹힌 외국 학교들

중앙일보 2021.03.25 18:52
TVN 드라마 〈빈센조〉 속 중국 PPL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의 ‘김치 공정’ ‘한복 공정’이 논란을 빚는 상황 속, 중국산 돌솥 비빔밥이 노출됐다는 사실에 공분을 샀다. 앞서 드라마 〈여신강림〉에도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징둥(京东)의 PPL이 버젓이 등장했으며, 지난 2020년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회에도 같은 회사의 PPL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중국 투자자, 영국 사립 학교 17곳 손에 넣어
해외 부동산, 문화, 교육 시장 잠식하는 중국

사실 중국 자본의 해외 시장 잠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수년 전부터 이슈였고, 해외 학교의 중국 유학생 비중이 높아지며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이런 가운데 영국 사립 학교 17곳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 터우탸오]

[사진 터우탸오]

 
영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 투자자에게 매각된 영국 사립 학교 재단이 17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교는 모두 재정난으로 위기를 겪었으며, 이 가운데에는 고(故)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모교(Riddlesworth Hall School)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사립학교는 비영리 기관, 재단, 개인 운영 방식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앞의 두 가지 유형은 매각이 쉽지 않다. 중국 자본의 표적이 되는 것은 세번째 개인 운영 방식의 사립학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영국 사학 재정난의 시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사립학교의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학부모들이 자녀를 공립학교로 전학시켰고, 수많은 사립학교가 타격을 받아 문을 닫았다. 이후 영국의 EU탈퇴와 코로나 팬데믹은 영국 사립학교의 재정 위기를 다시 한 번 촉발시켰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영국 사립학교의 30% 이상이 문 닫을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영국 사립학교 9곳이 문을 닫았고, 그밖에 30곳 이상의 사립학교는 폐업을 생각해야하는 재정적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투자자가 인수한 영국 사립학교 17곳 명단 [사진 터우탸오]

중국 투자자가 인수한 영국 사립학교 17곳 명단 [사진 터우탸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Daily Mail)은 “코로나 팬테믹 동안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수많은 사립 학교들이 입학률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사립 기숙학교의 학비는 35% 줄어들었고, 매일 등하교 하는 학생의 학비도 20% 감소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힘든 사립 학교들은 결국 매각을 고려하게 된다.
 
2020년 한 해 동안, 영국 사립 학교 세 곳이 중국 투자자에게 팔렸다. 이 가운데에는 Abbots Bromley School도 포함됐다. 1874년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이자, 학술 성적으로 영국 여학교 랭킹 40위 안에 드는 명문이지만 재정 위기로 2019년 문을 닫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산시쥔쯔(陕西君子) 교육투자재단이 이 학교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본에게 넘어간 이 학교는 오는 9월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사진 런런슈]

[사진 런런슈]

 
영국 사학을 잠식한 중국의 큰손으로는 비구이위안(碧桂园) 산하 보스러 교육재단(博实乐 Bright Scholar)이 유명하다
 
이 재단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영국 다수의 사립학교를 손에 넣었다. 2019년 7월, 보스러 재단은 1억 5000만 파운드(약 2350억 원)에 CATS Colleges의 지분 모두를 매입했다. 중국의 교육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였다. 이들은 1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Bournemouth Collegiate School도 인수했다. 그밖에 완다(万达) 그룹도 영국 사립학교 두 곳(Bedstone College, Ipswich High School)을 소유하고 있다.
 
중국 자본이 위기에 몰린 영국 사학에 구세주로 나선 것은 지난 201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선전(深圳)의 허이(合一)교육재단이 영국의 St .Bees School을 인수했다. 430년 역사를 가진 이 학교는 지난 2015년 파산에 이르렀다. 이후 중국 자본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8년 부활했고, 중국 선전에 분교도 개설했다.
[사진 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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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사립학교에 중국 학생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인의 수입이 제고되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유학을 택하는 자녀가 늘어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 사립학교에 재학중인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중국 학생이 1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사학이 중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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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교의 중국화는 영국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전체 학생의 90%가 중국인으로 채워진 미야자키현의 한 고등학교가 이슈가 됐다. 신입생 감소로 경영 위기에 몰리자 해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고,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들었던 것. 결국 이 학교에서는 입학식에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중국 PPL이 논란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에 중국 자본이 영향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거대한 자본의 유입은 그 시장의 제도와 틀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다. 교육과 인재 양성의 근간이 되는 학교는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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