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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쪼개기 도발…'2019 어게인' 미사일 폭주 시작하나

중앙일보 2021.03.25 17:42
북한이 25일 오전 함남 함주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의 접촉 제안을 거절한 북한이 말에서 행동으로, 순항미사일에서 탄도미사일로 점차 수위를 높이면서 대미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북한, 25일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25일 탄도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 21일 서해 이어 나흘만에 탄도미사일 2발
순항미사일서 탄도미사일로 수위 한단계 높여
미국의 대북 압박에 반발하며, 정책 전환 요구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해 10월 당창건 기념일에 진행한 열병식에서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공개했다”며 “그런데도 곧바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고, 순항미사일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건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는 일종의 쪼개기 전술”이라고 말했다. 
 
최근 말레이시아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문철명)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고, 국제사회가 대북인권 결의에 나선 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줄줄이 발사하는 미사일 폭주로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 다시 '2019 어게인'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말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분풀이에 나섰다. 두 달여 뒤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시작으로 11월 28일까지 13차례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한ㆍ미 군 당국의 탐지가 어려우면서도 정확성을 높인 단거리 공격용 초대형방사포와 북한판 이스칸데르ㆍ에이테큼스 등이다.  
 
이번엔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말에 이어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선제적이다.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앞세워 각각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15일자 담화)이라거나 “미국은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17일자 담화)이라고 주장했다. 모두 도발 예고다. 
 
한ㆍ미ㆍ일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안보실장 협의가 예정된 만큼 북한이 이에 맞춰 추가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만 아니라 한국 정부까지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 11주년을 하루 앞두고 미사일을 쏜 '택일'이라는 측면에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발사시간을 대폭 줄여 한ㆍ미 군 당국의 사전탐지를 어렵게 하려는 차원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며 “군이 발표한 450㎞의 사거리로 남쪽으로 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있는 성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미사일 외의 다른 차원의 대남 위협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5일자 담화에서 위협한 대로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9ㆍ19평양선언 부속합의서) 파기에 나설 경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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