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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수사검사 출석’ 감찰? 그날 조용했던 한동수 뒷북

중앙일보 2021.03.25 15:36
박범계 법무부장관(왼쪽)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원(부장검사).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왼쪽)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원(부장검사).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을 포함한 지난 19일 대검찰청 부장 및 고검장 회의 참석자 전원에 대한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이 진행 중이다.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 당시 재소자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당사자인 검사를 출석시킨 경위 등을 놓고서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소를 주장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이의 제기도 없었고, 공소를 제기하자는 측 주장을 들었으면 상대방 주장을 듣는 게 형사사법 원칙에 부합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왜 '절차적 공정성' 시비 붙었나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수 감찰부장은 당시 회의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검사로 재소자 조사를 담당한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검사가 출석한 것에 대해 “동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뜻을 최근 법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엄 검사 출석은 정식 ‘안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의 제기할 기회조차 없었을 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법무부와 한 부장 등은 ▶일체의 사전협의가 없었고 ▶모해위증 의혹을 제기한 재소자 한모 씨도 불러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입장이다.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절차적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팀 모 검사가 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며 ”그럴 거면 민원인 한모씨나 변호인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공정한 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까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소자들은 출석시켜 경위도 듣지 않고, 증언의 신빙성도 묻지 않았던 편파적인 일을 벌인 것”이라며 “그 자세 자체도 반개혁적”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17일 오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17일 오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날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무슨 일이

지난 19일 오전 대검 부장 및 고검장 회의에서 엄 부장검사를 불러야 한다고 처음 의견을 낸 위원은 참석한 6명의 고검장 중 1명이었다고 한다. 이 제안에 한동수 부장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엄 부장검사의 출석이 정해졌고 연락을 받은 엄 부장검사는 오후 늦게 회의에 출석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 임은정 연구관의 ‘기소’ 주장보다는 엄 부장검사의 위증교사가 없었다는 반박에 고개를 끄덕이는 참석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출석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한다. 임 연구관과 재소자 한씨 등이 ‘검찰의 증언 연습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수사팀 검사의 반대 의견을 듣는 게 오히려 공정한 회의 진행이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이의 제기가 아예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묵시적 추인’으로 보지, 반대의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상식의 문제로 보자”고 꼬집었다.
 
게다가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이 엄 부장검사의 진술 이후 임은정 연구관에게 "질문할 게 있으면 하라"라며 사실상 신문 기회도 부여했지만 임 연구관이 "질문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라며 회피했다고 한다.
 

김종민 “생트집…당사자 해명 기회 안 주면 절차적 정의 위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당사자인 엄희준 부장검사를 사전 예고 없이 출석시켜 이야기를 들어본 것이 절차적 정의에 위배된다는 것은 생트집”이라며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당사자이니 불러서 경위를 들어 봐야 하고, 오히려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해명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절차적 정의 위반”이라고 적었다. “박범계와 법무부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대해 유치원생 수준의 이해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대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라는 대원칙도 들었다. 대심주의란 사건 당사자 쌍방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변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원칙을 뜻한다. 구두변론주의는 형사소송법상 재판 변론은 말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당사자를 출석시켜 직접 입장을 소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엄희준 부장검사의 일방적 변명 기회만 준 것이 아니라 한동수, 임은정의 반박 기회도 있었다”며 “임은정이 자신 없으니 발 빼고 질의응답을 피한 것인데 누구 탓을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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