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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빠르게 느는 가계 빚…각종 지원에 실제 위험 가려져 있을 수도"

중앙일보 2021.03.25 11:44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이민규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박구도 안정분석팀장의 모습. 사진 한국은행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이민규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박구도 안정분석팀장의 모습. 사진 한국은행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와 기업의 빚에 한국은행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빚의 규모가 경제 생산역량보다 커지면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 때문이다. 대출받은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경제가 부문과 계층 간 불균등하게 회복되는 ‘K자형 회복’이 진행될 경우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상황을 점검했다. 전반적인 금융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안정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4월 위기 단계인 23.9까지 치솟은 뒤 지난해 10월 이후 주의단계 임계치인 8을 오가고 있다.
 
민좌홍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도 강건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한국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며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가계와 기업부채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안정지수(FS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안정지수(FSI).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다.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빚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726조1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7.9% 늘었다. 분기별 증가 폭도 4.6%(20년 1분기)→5.2%(20년 2분기)→7%(20년 3분기)→7.9%(20년 4분기)로 점차 확대됐다.
 
기업의 부채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13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와 정부와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증가 폭은 9.1%(19년 말)→15.3%(20년 말)로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며 실물경제 여건보다 가계 빚 규모가 과도해질 가능성도 커졌다. 벌어서 갚을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빚이 쌓일 경우 금융 불균형이 깊어지면서 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5.5%(추정치)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무려 13.2%포인트나 올랐다.
 
하지만 각종 지표에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표상으로 보이는 가계와 기업의 금융 건전성이 실제 신용 위험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이 큰 폭 늘고 매출이 부진해 대출 부실화 우려가 있지만, 가계 대출 연체율 등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은행 부문(0.26%→0.2%)과 비은행 부문(1.7%→1.45%) 모두 1년 전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전년동기대비 대출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0%에서 4분기 17.3%로 지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년동기대비 매출 증가율은 –5.5%에서 –4.6%로 여전히 감소세를 보였다.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민 국장은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그대로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원이 항구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만큼 (지표와 실제 신용위험 간의) 괴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불어난 빚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부동산과 증시 등으로 돈이 움직이면서 자산 거품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33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4000억원이 늘었다. 증가 폭은 1월(5조원)보다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집값도 여전히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매매가격의 전월 대비 변동률은 0.89%를 기록해 1년 전(0.34%)보다 0.55%포인트가 올랐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평등 확대도 가계 신용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경기회복이 부문과 계층별로 회복 속도가 양극화되는 ‘K자형 회복’이 나타날 경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책이 종료될 경우 저소득층이 빚을 갚지 못해 전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국장은 “정부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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