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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연평도 포격전' 약속해놓고…" 숨진 해병父 호소

중앙일보 2021.03.25 11:00
고 문광욱 일병이 2010년 10월 23일 외박 때 숙소 침대에서 아버지 문영조씨 품에 안겨 있다. 한 달 뒤인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격하던 날 문 일병은 포탄을 나르다 적의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다. 사진 문영조씨

고 문광욱 일병이 2010년 10월 23일 외박 때 숙소 침대에서 아버지 문영조씨 품에 안겨 있다. 한 달 뒤인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격하던 날 문 일병은 포탄을 나르다 적의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다. 사진 문영조씨

"'포격 도발' 대신 '포격전'으로 불러야"

"문재인 대통령도 '연평도 포격전'으로 부른다고 약속하셨어요."

26일 서해의 날…故 문광욱 일병 부친 문영조씨
"죽기 살기로 싸웠는데…유가족, 가슴 아픈 일"

 
11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맞서다 전사한 해병대원 고(故)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58)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 '서해수호의 날'(3월 넷째 주 금요일)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표현했다"며 "유가족으로선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해병대사령부에서만 '연평도 포격전'이라 부르고,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에선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한다"며 자신이 문 대통령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2017년 3월 2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단독 면담을 할 때 '연평도 포격 도발' 대신 '연평도 포격전'이란 표현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며 "문 대통령도 제 뜻에 공감해 그 이후부터 연설 등을 할 때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표현하셨다"고 했다.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앞둔 지난 14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앞둔 지난 14일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선 후보 시절 文대통령도 공감"  

전북 군산이 고향인 문 일병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격하던 날 해병대 진지에서 포탄을 나르다 적의 포탄 파편에 맞아 숨졌다. 군장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해 8월 '한반도 평화는 내가 지킨다'며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비극이다.
 
사망 당시 문 일병은 스무 살이었다. 당시 북한의 도발로 문 일병과 서정우 하사 등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고, 군인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문씨는 해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왔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연평도 포격전)로 희생된 55명의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북한의 무력 도발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2016년 제정됐다. 6회째인 올해 행사는 오는 26일 경기도 평택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다.
 
고 문광욱 일병 아버지 문영조씨가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017년 3월 2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전주 한옥마을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문영조씨

고 문광욱 일병 아버지 문영조씨가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2017년 3월 2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전주 한옥마을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문영조씨

"'포격 도발'은 일방적으로 당한 느낌" 

4년 전 문 대통령이 전주에서 문씨를 만난 날도 '제2회 서해수호의 날'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문씨에게 "박근혜 정부 동안 나라가 어려워지고 국민들도 고통스러웠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송구하다"며 "지난 대선 때보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씨는 "당시 우리나라 영토에 (북한이 쏜) 포가 떨어지고, 북한 영토에도 우리 포가 떨어졌다"며 "실제 전쟁을 했는데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하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죽은 아이들 명예도 있고, 중·경상자들도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다쳤다"며 "해병대의 명예와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문광욱 일병의 생전 마지막 모습. 2010년 11월 초 연평부대 배치 직후 그의 소대장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2019년 해당 간부(해병대 상사)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아버지 문영조씨에게 이 사진을 줬다. 사진 문영조씨

고 문광욱 일병의 생전 마지막 모습. 2010년 11월 초 연평부대 배치 직후 그의 소대장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2019년 해당 간부(해병대 상사)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아버지 문영조씨에게 이 사진을 줬다. 사진 문영조씨

서 하사 모친 "평화 이유로 北 도발 외면"

그는 "해병대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하는데 현역들은 군인 신분이라 말을 못 하니 유가족이자 '명예해병'인 제가 (명칭 변경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앞서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 일병 부모는 지난해 11월 23일 해병대사령부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마련한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서 명예해병으로 임명됐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지난해 명예해병 임명식에서 "당시 연평부대장으로서 10년 전 오늘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정우, 광욱에게'라고 시작하는 추모 편지에서 "평화라는 이유로 북한 도발을 애써 외면하며 비난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해군본부 장병들이 고인들의 묘비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해군본부 장병들이 고인들의 묘비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방부 "'연평도 포격 도발'이 공식 명칭"

문씨 주장에 대해 국방부 측은 "공식적인 문서나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 표현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전'은 해병대에서 전투 의지 고양의 의미로 쓰는 것으로 안다"며 "2010년 11월 정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로 명명했고, 국방부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이 명칭을 공식 용어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다양할 수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따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는 국방부에서 쓰는 공식 명칭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전사자들의 희생과 공훈을 기리는 기념식은 보훈처가 주관하지만, '서해수호의 날'에 들어가는 3가지 개별 사건에 대한 개념 정의와 명칭은 국방부에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서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 유족들이 분향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서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 유족들이 분향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북과 싸워 이겨…명칭 변경 요구"

해병대사령부는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용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맞지만, 해병대 내부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전'으로 쓰고 있다"며 "전사나 싸움의 함의 등을 고려해 우리가 전투에서 북한과 싸워서 이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는 북한이 포격으로 도발했다는 행위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쓰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한 듯한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전) 5·6주기 때부터 계속해서 국방부에 명칭 변경을 요청해 왔다"고 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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