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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바이든 취임식 다음날 미사일 쐈다

중앙일보 2021.03.25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북한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1월 20일, 한국시간 1월 21일 새벽) 직후인 지난 1월 22일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24일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 평안북도 구성 인근에서 서해 쪽으로 2발을 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매체의 보도로 드러난 이달 21일 북한의 단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앞서 이미 북한이 미사일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했음을 뜻한다.
 

정부 소식통 “서해로 단거리 2발”
북, 수위조절하며 무력 과시한 듯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21일 오전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서해를 향해 시차를 두고 2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저공으로 단거리를 비행해 순항미사일로 판단됐다. 소식통은 이달 21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1월 발사했던 기종과 같은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수위를 조절하면서 무력과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군 당국자는 “군은 지난 21일 한·미의 긴밀한 공조하에 (순항미사일 발사를) 실시간 파악했고 관련 사항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일차적으론 북한에 접근하거나 상륙하려는 미군 병력을 겨냥하는 의도의 전력 개발로 군 당국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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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발사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는 북한의 정상적인 군사 활동 범주에 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순항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간주하지 않으며, 이를 이유로 북·미 간 긴장을 고조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사를 밝힌 셈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지만, 순항미사일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북한은 탄도미사일보다 군사적·정치적 파급력이 비교적 약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북한, 21일에도 순항미사일 쏴 … 제재 위반은 피해
 
북한은 그간 미국의 정치 행사에 맞춰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식으로 대미 메시지를 내왔다. 지난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도 동해로 순항미사일을 쐈다.
 
북한의 이달 21일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저촉을 피하면서도 ‘더 큰 도발’의 길을 열어가는 저강도 무력시위로 평가된다. 이번엔 수위를 조절했지만 조만간 공개될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수위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WP도 24일 “미국의 북핵 위협 대응 방안이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김정은이 바이든을 향해 첫 도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거부한 데 이어 이처럼 순항미사일까지 연이어 발사하면서 정부가 희망하는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 가능성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북한은 별로 변한 게 없다”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다음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핵 문제 관련 한·미·일 3자 협의에서도 북한에 대한 원칙적 대응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중국을 모두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와 미 국무·국방 장관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그리고 18~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을 모두 지켜본 뒤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심 관계국들의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한 다음 다시 미사일을 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미·중 담판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나서 시험발사를 한 것은 중국의 뒷배가 있어야 본격적인 대미 협상에서 강수를 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구두 친서 교환 행보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군사 활동이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인 동시에 지난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나타낸 국가방위력 강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새로운 무기 개발을 통한 무력의 현대화를 자신의 계획표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가 대화 대신 견제구만 던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핵심 목표로 삼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박용한·박현주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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